'글로벌 악재에 주가조작까지' 다 나왔다…"이제는 반등"
지난달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인의 투매가 이어지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가 바닥권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반등이 예상되는 11월에는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매수할 것을 조언했다.

글로벌 악재에 주가조작까지…3조원 던진 외국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7.59%, 12.49% 하락했다. 지수 하락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주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 2조9441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글로벌 악재가 국내 증시 부진의 기폭제가 됐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 금리는 동결됐지만 국채 금리는 꾸준히 상승하며 증시 매력을 반감시켰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23일 5.02%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채 금리 5% 돌파는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달 7일 개전 소식이 전해진 뒤 국제 유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달러선에서 90달러선까지 급등했다. 하마스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요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제재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례없는 규모'의 지원을 약속하며 미국채 추가 발행 우려가 커졌고,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재차 요동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영풍제지 시세조종(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무너졌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에 이어 지난달 영풍제지 사태까지 1년에 두차례나 주가조작이 적발되며 투자자 불신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외여건도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주가조작 혐의까지 포착됐다"며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올 악재 다 나왔다…"이제는 반등"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한 증시가 11월에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종 악재를 반영하더라도 낙폭이 과도하다는 점에서다.

이달 첫 거래일인 1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03%, 0.43%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는 각각 3797억원, 127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지만 기관 투자자가 4648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증시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로는 미국채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급등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열흘 가까이 4.8~4.9% 박스권에서 횡보하고 있다. 5%가 사실상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도 저점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현재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지수(MSCI KOREA)의 주가순자산비율(PBR)는 0.89배 수준이다. 이는 주요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회사의 순자산보다 적은 것으로, 현재 주가가 회사의 가치를 밑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단기적인 낙폭 과대 상태"라며 "추가적인 조정이 제한적인 상황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신용거래융자잔고(신용잔고)와 대차잔고 등의 지표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잔고는 17조18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20조원 수준에서 3조원 넘게 줄었다.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레버리지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신용잔고가 많을수록 예상 매도 물량도 많아져 주가와는 역행하는 흐름을 보인다.

대차잔고도 감소추세다. 지난달 일평균 대차잔고는 79조9952억원으로 직전달(87조2962억원) 대비 7조원 넘게 줄었다. 대차잔고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리고 갚지 않은 물량으로, 국내에서 공매도를 하려면 대차거래를 해야하기 때문에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불린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증시는 코로나 등의 사례를 제외한다면 최하단 수준"이라며 "확률적으로 봤을 때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고 밝혔다.

반등시기, 반도체·조선 '톱픽'

증권가에서는 11월 시장 반등을 주도할 종목으로 반도체와 조선 업종을 꼽고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테마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먼저 반도체주의 경우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실적 반전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반도체 부문)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대규모 적자에 시달렸지만 3분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흑자 전환에 시동을 걸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 대부분의 메모리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적자폭은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업종도 실적 개선이 가능한 업종으로 꼽힌다. 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서 LNG선 17척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올해 수주 목표치를 모두 채운 상태다. 클락슨신조선가 지수도 지난 7월 172포인트(p)에서 최근 176p까지 올라서 조선업종의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은 4분기에 조업일수가 늘고 건조량이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실적 턴어라운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