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록장치·음향분석 감정 마무리…형사 사건도 불송치 결론
오는 28일 3번째 기일 진행…이르면 내년 2월 전 1심 선고 전망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책임 다툼 소송 법정 공방 재개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12살 아이가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민사소송 재판이 핵심 감정 절차를 모두 마치고 5개월 만에 재개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재형 부장판사)는 오는 28일 차량 운전자 A씨와 그 가족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약 7억6천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사건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5월 첫 변론기일과 6월 감정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세 번째 재판 기일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신청한 사고기록장치(EDR) 감정과 음향분석 감정을 받아들여 사설 전문기관을 통해 지난 4개월 동안 정밀 감정을 진행했다.

EDR을 살핀 감정인은 '충돌 5초 전 가속 페달을 최대로 작동시켰다면, 변속장치에 손상이 없었음이 확인되었기에 시속 136㎞가 넘었을 것'이라는 최종 분석을 내놨다.

국과수의 '차량 제동장치에서 제동 불능을 유발할만한 기계적 결함은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차량 운전자가 제동 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상반되는 결과다.

또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두고 국과수는 '운전자가 변속레버를 굉음 발생 직전 주행(D)→중립(N), 추돌 직전 N→D로 조작했다'는 결론을 내린 반면 음향분석 감정인은 변속레버를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점을 들어 '변속레버 조작은 없었다'고 분석했다.

감정 결과만 놓고 보면 줄곧 EDR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속레버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원고 측의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또 이번 감정 결과들을 통해 모닝 승용차 추돌 전 '전방 추돌 경고음'이 7차례나 울렸음에도 '자동 긴급 제동장치(AEB)'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결함에 해당하는지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EB가 작동했었다면 차량이 정지해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개연성이 커 급발진 인정 여부와 함께 이번 재판의 중요한 쟁점이다.

책임 소재를 가릴 핵심 감정이 모두 끝나면서 이르면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전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수사기관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지난달 10일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A씨의 과실에 의한 사고임을 뒷받침할 자료로 삼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전문 증거로 활용된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경찰이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내린 건 매우 이례적이자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해 12월 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A씨가 손자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을 태우고 운전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 군이 숨졌다.

A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A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또 A씨 가족이 지난 2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올린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결함 원인 입증 책임 전환 청원' 글에 5만 명이 동의하면서 제조물 책임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손자 사망 '급발진 의심 사고' 책임 다툼 소송 법정 공방 재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