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야당에 전례 없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비판으로 일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기대가 많았지만, 매우 실망스럽다"며 "국정 기조 전환은 없고, 우리가 요구하는 변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에 대해서는 합리적 설명보다는 무책임한 변명만 늘어놓았다"면서 "병사 월급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예산으로 보면 병사들 복지 예산을 1857억원이나 삭감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을 원숭이로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이런 것을 놓고 조삼모사라고 하지 않나"라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 '전세 사기 특별법' 보완 입법 협조도 요청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시간이 급하니 일단 합의하고 보완은 나중에 하자는 여당 요구에 특별법은 불완전하게 입법됐다"며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하자고 했는데, 여당은 지금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 사기 특별법 시행 5개월이 지났는데 국토부는 피해 조사는커녕 계획도 없다"며 "피해자들은 생사기로에 놓여 있는데 정부 여당은 언제까지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기 직전 추가 발언을 통해 재차 윤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의사 정원 확대 얘기는 어디로 갔느냐"며 "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국정과제를 던졌다가 반응을 봐가며 슬그머니 철회하고 이런 식으로 국정을 운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조삼모사보다 더 나쁜 것이 빈 음식 접시를 내는 것 아닌가. 국민들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도 문제지만, 빈말을 하는 건 더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정책을 관철해야 하고, 내기 전에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초보적 조언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환담장에 도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사전환담장에 도착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사진=뉴스1
한편, 전날 윤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맨 뒷줄에 앉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또 연설을 시작하면서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며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깨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시장연설이 끝난 뒤 취임 후 처음으로 여야 상임위원장단과 만났다. 여야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오찬도 함께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