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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3일 오후 바이오 관련 소셜미디어(SNS)가 술렁였다.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라골루맙 임상 3상 결과가 실수로 공개된 것이다. TIGIT 억제제인 티라골루맙을 티쎈트릭과 병용투여했을 때 생존 기간은 22.9개월로 티쎈트릭 단독 투여(16.7개월)보다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5월 확장기 소세포폐암(ES-SCLC)환자 대상 임상 3상에서 고배를 마셨다고 발표한 지 1년여 만에 희망이 보이는 결과였다.

이를 시작으로 TIGIT이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TIGIT은 LAG-3와 함께 PD-1, CTLA-4의 뒤를 잇는 면역관문억제제 후보로 꼽혀왔다. 지난해 3월 최초의 LAG-3 억제제인 BMS의 옵두알라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전이성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받은 데 반해 TIGIT 억제제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유럽종양학회(ESMO) 2023'에서 로슈는 티라골루맙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한번 내비쳤다. 찰리 푸흐스 로슈 수석부사장은 "나는 TIGIT을 믿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 5월 로슈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임상 3상(SKYSCRAPER-01)에서 티쎈트릭에 티라골루맙을 병용투여한 결과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푸흐스 부사장은 "PFS 지표에서 큰 변화가 없더라도 전반적인 생존기간을 높이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SKYSCRAPER-01 임상에 대한 결과 발표는 올해 4분기에서 2024년 1분기로 미뤄진 상황이다. 다만 의도치 않은 결과 공개로 티라골루맙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진 상황이다.

베이진도 TIGIT 억제제 오시퍼리맙과 PD-1 억제제 티스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결과를 공개됐다. 재발성 또는 전이성 식도 편평상피세포암 환자 125명을 대상으로 두 약물을 병용투여한 결과 티스렐리주맙 단독투여보다 반응률이 25.4%에서 32.3%로 일부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오시퍼리맙은 베이진이 노바티스와 2021년 공동개발 제휴를 체결했지만 올해 7월 노바티스가 옵션계약을 취소하며 반환된 물질이다.

새롭게 TIGIT 억제제의 안전성을 입증한 초기 단계 임상 발표도 이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릴베고스토믹(Rilvegostomig)의 임상 1/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릴베고스토믹은 PD-1과 TIGIT을 동시에 억제하는 면역관문억제제다. 용량 증량 시험 결과 용량 제한 독성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에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아르커스테라퓨틱스로부터 들여온 TIGIT 억제제 돔바날리맙(domvanalimab)을 PD-1 억제제 짐베렐리맙과 병용투여한 결과, 짐베렐리맙 단독투여보다 PFS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망 위험은 3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큐로셀, 유한양행, 한올바이오파마 등이 대표적으로 TIGIT 관문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큐로셀은 PD-1과 TIGIT 발현을 억제하는 플랫폼 '오비스'를 이용해 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 2상을 완료한 상태로 내년 9월을 목표로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PD-1과 TIGIT이라는 두 개의 브레이크를 모두 제거해 T세포가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이뮨온시아와 공동으로 TIGIT과 PD-1을 동시 표적하는 이중항체 'YH41723'를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아직 초기 상태로 선도물질 단계로 후보물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도 2016년부터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TIGIT을 표적으로 삼는 'HL187' 'HL186'을 개발하고 있다. HL187은 전임상 시험을 지속하고 있고 HL186은 전략적 포트폴리오 검토를 거쳐 추후 개발 방향성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1일 17시 33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