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의원 "강제력 없고, 제조사 부담 없어" 업계 눈치 보기 비판
"소비자더러 페달 블박 설치하라니…" 황당 급발진 대책 지적
반복되는 급발진 의심 사고로 인해 이를 막을 근본적인 대책과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제작업계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춘천·철원·화천·양구갑)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개선안 및 주요 논의결과'에 따르면 핵심 대책으로 논의 중인 제동 압력 센서값 기록과 페달 블랙박스 설치는 모두 제작사에 아무런 부담도, 강제력도 없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국토부가 허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를 보면 '사고기록장치(EDR) 기록항목 확대 방안'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입증을 위한 핵심 항목인 '마스터 실린더 제동압력'의 경우 선택항목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택항목은 의무적으로 기록해야 하는 필수항목과 달리 강제력이 없다.

국토부가 현재 15개에 불과한 EDR 기록 필수항목을 55개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 제작사들은 특별한 이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허 의원은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자동차라는 제품 특성상 국제기준과 동기화하는 게 제작사에도 충분한 유인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핵심 대책인 '페달용 블랙박스 설치'의 경우 차량 구매 시 페달 블랙박스 장착을 옵션화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작사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는 '가격 등을 이유로 소비자가 옵션 판매에 공감할지 의문'이라며 영상은 보험사에 유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보험료 인센티브로 장착을 유도하고, 제작사는 소비자에게 블랙박스 제조·판매자를 연결만 해주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허 의원은 이른바 '사제 블랙박스' 장착은 지금도 소비자들이 사비를 들여서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국토부가 업계와 논의한 결과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거나, 이전과 비교해 아무런 변화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차량 결함 원인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서 제조사로 전환하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용 곤란' 입장과도 크게 기조가 다르지 않다고 허 의원은 비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EDR을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최근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허 의원은 "급발진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관련 기록 자료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국토부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며, 확보한 자료를 제작사 등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7일 국토위 종합감사에서 "개선안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국토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기업이 느낄 부담에 더 마음을 쓴다는 비판에 직면할지도 모른다"며 원희룡 장관에게 대책 보완을 당부하기도 했다.

"소비자더러 페달 블박 설치하라니…" 황당 급발진 대책 지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