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감독 연출, 그 배우 연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던 조던 벨포트는 뉴욕 증시가 대폭락하던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로 실직자가 된다. 이후, 그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페니 주식 매매를 알선하는 소규모 투자자문사에서 일하게 된다. 조던은 화려한 언변술을 앞세워 수수료를 짭짤하게 챙겼고, 친구들과 투자자문사를 차려 더욱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문제는 전쟁터 같은 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극도의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조던과 그의 친구들이 스트레스를 푼다는 명목으로 술과 섹스, 마약에까지 빠져드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돈이다. 마약보다 더 강한 흡입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돈의 달콤한 맛 때문에 조던은 월스트리트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밤마다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약에 취했다가 다시 아침을 맞는 일과를 반복한다. 스콜세이지는 이런 방식으로 마약과 돈이 같은 속성을 지녔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4900만 달러(약 560억원)를 벌고도 만족하지 못했던 조던은 점점 더 대범하게 주식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결국 FBI에 덜미가 잡혀 대가를 치르게 된다.
돈과 마약을 연결시킨 것처럼, 스코세이지는 주식중개인과 뉴욕 뒷골목의 조직폭력배도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묘사한다. 사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할 뿐 온갖 감언이설로 절박한 투자자들을 설득해 그들의 등골을 빼먹는 조던의 사업은 건달들의 행태 그대로다. ‘좋은 친구들’(1990), ‘갱스 오브 뉴욕’(2003), ‘디파티드’(2006) 등을 통해 꾸준히 조직 세계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이야기해왔던 스코세이지는 월스트리트로 공간을 옮겨서도 변함없는 그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세계를 날 것 그대로 거칠게 담아내기는 하지만, 스코세이지는 누구보다 휴머니즘에 대한 모범적인 답안을 갖고 예술에 접근하는 감독이다. 지휘자와 연주자로서 감독과 배우들의 호흡이 환상적인 영화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조던 벨포트의 파란만장한 하루하루를 체화해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망가진다. 애초에 이 영화의 연출을 스코세이지에게 제안했던 것도 그였는데, 배우든 감독이든 창의성을 극도로 발휘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이유에서였다. 스코세이지의 영화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난잡하고 더럽고 웃기면서 냉소적인 장면들을 쏟아내는 이 영화가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안목이 높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의 덕분이기도 하다. 개성파 배우, 조나 힐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잠깐의 등장만으로 영화 전체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매튜 맥커너히의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국내에서도 종종 마약사범들의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요즘, 다시 꺼내보기 좋은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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