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포닌·루틴 풍부해 '산삼나무' 별칭…수명 길어 전국 50여곳 당산나무 역할

[※ 편집자 주 = 약초의 이용은 인간이 자연에서 식량을 얻기 시작한 시기와 거의 일치할 정도로 오래됐습니다.

오랜 옛날 인류 조상들은 다치거나 아플 때 주위에서 약을 찾았습니다.

그때부터 널리 사용되고,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는 게 약초입니다.

현재는 한방 약재뿐만 아니라 생명산업, 기능성 식품, 산업 소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우리 전통 약초와 관련한 이야기, 특성, 효능 등이 담긴 기사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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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⑮ 귀신을 쫓아내는 '음나무'(끝)
옛날 우리나라에 진이라는 여인이 살았는데 집 뒤채에 있던 음나무 가지에 여섯 개의 손가락처럼 생긴 잎이 돋아나서 더운 날이면 방을 향해서 부채질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살던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진도 결국 병에 걸려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고 고열과 구토, 두통에 시달리며 죽을 고비를 맞게 됐다.

의원도 회생 가망성이 없다고 해 죽을 날만 기다리던 중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이 모습을 보고 진은 '이제 진짜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을 비웠다.

그런데 음나무 가시에 저승사자 도포 자락이 걸리고 나뭇잎이 몸을 붙잡아 발걸음을 묶어 새벽닭이 울 때까지 놓아 주지 않았다.

결국 저승사자는 음나무 가시에 도포 한조각만을 남긴 채 떠났고 진은 무사히 살아날 수 있었다.

음나무는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가시가 많은 나무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이명은 엄나무, 개두릅나무, 엉개나무이다.

저승사자를 막은 나무라는 설화에서 알 수 있듯 민간에서 음나무는 예로부터 '귀신나무'라 불리며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마을 입구나 대문 옆에 심거나 대문이나 방문, 외양간에 가지를 꽂아두는 풍속이 있었다.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⑮ 귀신을 쫓아내는 '음나무'(끝)
이는 가시가 많고 잎이 크며 나무 길이는 최대 25m, 둘레는 4m 넘게 자라는 독특한 외형 때문으로 보인다.

인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과 루틴이 풍부해 '산삼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주로 껍질은 약용으로, 뿌리나 어린잎은 식용으로 사용한다.

음나무에 대한 명칭을 동의보감 등 고서에서 찾아보면 '엄나모'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엄'은 봄에 나는 새싹을 뜻한다.

4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음나무 순을 개두릅이라고 하는데 참두릅보다 진한 향과 청량감이 도는 쌉싸래한 맛으로 인기가 많다.

한방에서는 음나무 껍질을 해동피(海桐皮)라 부르며 신경통, 당뇨병, 신장병에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한다.

음나무 순은 봄나물 중 '귀족나물'로 불리며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많아 면역력 향상과 피로 해소에 탁월하다.

또 열량이 적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시가 있는 음나무 가지는 닭고기 잡내를 없애준다고 해 복날 삼계탕에 꼭 들어가는 약재이기도 하다.

이밖에 칼로톡신(Kalotoxin)과 칼로사포닌(Klosaponin)이라는 성분이 있어 관절염, 신경통, 근육통, 종기에 효험이 있다.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⑮ 귀신을 쫓아내는 '음나무'(끝)
음나무는 수명이 긴 편이라 마을에서 당산나무(수호신으로 모셔 제사를 지내는 나무)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강원도 삼척에는 수령이 천년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음나무가 있으며 경남 창원 동읍에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700년이 넘는 음나무가 있다.

특히 강원도 음나무의 경우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이 피신해 살았던 집 뜰에 있어 '고려 최후의 증인'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음나무가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인 곳만 전국적으로 50군데에 달한다.

해발 800m 이하라면 대부분 재배가 가능하며 토심이 깊고 비옥한 임지가 기르기 좋다.

경남에서는 산청지역 전역 20만㎡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산청군 관계자는 "관련된 전설에서 알 수 있듯 음나무는 예로부터 우리 가까이 있던 유용한 작물"이라며 "봄철 고급 산나물이나 약재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 최근에는 관리와 수확이 용이하고 수확량도 많은 가시 없는 음나무 묘목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약초 이야기]⑮ 귀신을 쫓아내는 '음나무'(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