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불법 공매도…'전면금지' 탄력 받나
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조직적·관행적인 불법 공매도를 첫 적발하면서 전체 상장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 논의가 재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 나온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원점에서 모든 제도 개선을 해보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는데, 이는 그간 '공매도 완전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는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이뤄져 오고 있다.

앞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는 코로나 위기로 인해 2020년 3월부터 6개월 시한으로 이뤄졌다가 두 차례 연장을 거쳤다.

당시 공매도 전면 금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증시 역사상 3번째 조치였다.

대형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됐지만 그 외 종목에선 여전히 공매도 금지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공매도 완전 금지' 및 '완전 재개'는 한국 증시의 화두다.

공매도가 일부 종목에 한해 재개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주범 중 하나로 공매도 세력을 지목하며 공매도 전면 금지를 지속해서 요구해왔다.

반면 금융당국은 개인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불법적 거래 기법'이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을 강조하며 공매도 정상화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정부는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공매도 전면 재개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그러나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금감원이 이달 글로벌 IB인 BNP파리바와 HSBC의 조직적·관행적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내면서부터다. 주문 실수, 착오에 의한 불법 공매도가 아닌 고의적 불법 공매도를 금융당국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개선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냈고, 동의자가 5만명을 넘어서면서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당정은 공매도 전면 금지를 포함한 공매도 개선책 내용과 시기, 수위 등을 놓고 사전 조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서 "공매도를 3개월 내지 6개월 정도 아예 중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의 질의에 "원점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모든 제도개선을 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도개선 노력을 했지만, 최근 금감원 발표처럼 IB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저도 이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면 금지와 관련한 즉답을 피했지만, '공매도 완전 재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기존 금융당국 입장에서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글로벌 IB의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제도 전면 개선 및 불법 공매도 전수 조사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꺼낸 만큼 해당 기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스피가 최근 2,300선을 밑도는 등 급락 장세를 보인 점도 '공매도 전면 금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관행적 불법 공매도…'전면금지' 탄력 받나
원칙적으로 공매도 관련 조치는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 회의에서 의결을 거쳐야 한다.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조치인 만큼 회의 개최 및 의결은 통상 장 마감 후 사전 예고 없이 이뤄진다.

금융위가 제도 개선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요구해온 공매도 전산시스템 도입과 개인 투자자에 대한 차별 철폐책 등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매도 전면 금지 논의 등이 해외 기관의 반발이나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금융 당국에 부담이다.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정책들을 잇달아 내온 금융당국이 입장을 갑자기 바꿀 경우 정책 신뢰성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