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장원준 "마지막 등판 뒤 대성통곡…후회없이 던졌습니다"
"방출해도 이상하지 않을 내게 기회 준 이승엽 감독님과 두산에 감사"
"미련 남지 않지만 혹시 모르죠, 내년 봄엔 던지고 싶을지"
[고침] 스포츠('은퇴' 장원준 "마지막 등판 뒤 대성통곡……)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장원준(38·두산 베어스)도 '마지막 등판'에서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장원준은 은퇴를 공식 발표한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7일 등판을 마치고 대성통곡했다.

그렇게 눈물을 쏟은 날이 과거에는 없었다"며 "쑥스럽긴 한데, 그렇게 눈물을 흘린 것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두산은 28일 "장원준이 은퇴를 결심했다"고 알렸지만, 장원준은 이미 16일 경기 뒤 두산 구단과 코칭스태프에 "올 시즌이 끝나고 은퇴하겠다"고 전했다.

그런 장원준에게 이승엽 두산 감독은 '개인 통산 2천 이닝'을 채울 기회를 줬다.

장원준은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벌인 SSG 랜더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7피안타 5실점)을 던지며, KBO리그 역대 9번째로 개인 통산 2천 이닝을 채웠다.

그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한 2018년부터 내 개인 목표는 130승과 2천 이닝 달성이었다"며 "아무리 예전 성적이 좋았다고 해도 오랫동안 부진했던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 감독님과 구단에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장원준이 정확히 개인 통산 2천 이닝을 채우자 이승엽 감독은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온 장원준을 두산 동료들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와 맞이했다.

특유의 담담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던 장원준도 동료들의 모습에 울컥했다.

장원준은 "잘 참고 있었는데 동갑내기 친구 김재호가 나를 꼭 안았다.

그때 '눈물 버튼'이 눌렸다"며 "눈물이 너무 쏟아져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렇게 장원준은 뜨거운 눈물로 마운드와 작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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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은 "나는 화려하지 않은 투수였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KBO리그에서 그만큼 화려한 기록을 낸 투수는 많지 않다.

부산고 출신인 왼손 투수 장원준은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1차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롯데에서 258경기 1천326이닝을 던진 장원준은 2015년 두산과 4년 84억원에 계약해 반달곰 유니폼을 입고 674이닝(188경기)을 추가했다.

통산 성적은 446경기 132승 119패, 1세이브와 14홀드, 평균자책점 4.28이다.

장원준은 KBO리그 다승 10위, 투구 이닝 9위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2015∼2017년, 3시즌 동안에는 '정점'을 찍었다.

이 기간에 장원준은 86경기에 나서 41승 27패 평균자책점 3.51을 올렸다.

다승은 5위, 평균자책점은 3위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4승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빅게임 피처'로 불렸다.

두산은 장원준의 활약 덕에 2015년과 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도 장원준은 빛났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2008∼2017년·2012∼2013년은 입대), 10시즌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2006∼2017년·2012∼2013년은 입대)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장원준은 2018년부터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고, 1군보다 2군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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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시즌 종료 뒤 은퇴 갈림길에 선 장원준에게 이승엽 두산 감독이 "이 정도 이력을 갖춘 선수가 허무하게 은퇴하게 둘 수는 없다"고 손을 내밀었고, 두산 구단도 이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장원준은 올해 41이닝을 던져 3승을 챙겼다.

2018년 이후 4년 넘게 129승에 멈춰있던 장원준의 승리 시계가 다시 돌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등판 기회를 얻은 장원준은 통산 2천 이닝 투구도 채웠다.

장원준은 "오랫동안 부진했던 '나이 든 투수'에게 기회를 주는 건 어떤 감독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팀을 알아보라'고 하셨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며 "그런데 이승엽 감독님께서 '이렇게 현역 생활을 끝내지 말라. 한 번 힘을 내보자'라며 기회를 주셨다.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회를 얻은 뒤 장원준은 '은퇴'를 결심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올해 10월에 했지만, 이미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올해 모든 걸 쏟아내고 후회 없이 은퇴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두산 팬들도 "장원준이 '낭만 야구'를 펼친다"며 그의 1군 복귀를 반겼다.

장원준은 "팬들께는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올해만 해도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두산이 5위보다 높은 순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지금도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개인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지만, 팀 성적과 팬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나는 화려한 투수가 아니었다.

2018년부터는 딱히 내세울 성적도 없다"며 "그저 팬들에게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여전히 장원준을 '두산 왕조를 일군, 화려한 왼손 에이스'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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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 위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겪은 장원준은 "정말 후회 없이 던졌다.

미련도 남지 않는다"며 "KBO리그, 국제대회에서 마운드에 오른 모든 순간이 고맙고 행복했다"고 20년의 프로 생활을 압축해서 표현했다.

그는 "지금은 코치로 일할 계획도 없다.

프로구단 더그아웃에서 모든 걸 쏟아부어서 프로 생활에 미련이 없다.

후배들과 정이 쌓였지만, 정으로 코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라며 "당분간은 푹 쉬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제2의 인생은 천천히 설계하겠다"고 전했다.

장원준의 아내는 박건우(NC 다이노스)의 누나 박다현 씨다.

장원준은 "평생을 '야구 선수의 가족'으로 살아온 아내에게 정말 고맙다"며 "나보다 더 고생한 아내를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는 최대한 자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후회 없다, 미련도 남지 않는다.

후련하다"고 말했지만,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야구와의 인연이 하루 만에 뚝 끊기지는 않는다.

통화 내내 심한 기침을 한 장원준은 "16일 마지막 등판을 마친 뒤에 감기에 걸렸다.

이번 감기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유독 떨어지지 않는 감기처럼, 장원준도 아직 야구와 '완전한 이별'은 하지 못했다.

장원준은 "지금은 정말 아닌데, 내년 봄이 오면 다시 공을 던지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씩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