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 실력에 깜짝…무대 설 때마다 가슴 벅차오르죠"
135년 역사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RCO)는 빈필하모닉 베를린필하모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3대 악단 중 하나다. 웬만한 실력으론 명함도 못 내미는 이 악단에서 한자리 꿰찬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 제2바이올린 제2부수석인 이재원(37·사진)이다.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RCO 내한 무대에 함께 오르는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보다 RCO가 만들어내는 연주와 소리, 그 안에 담긴 고유의 가치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연주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단원들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소리를 내거든요. 그렇게 무대에서 모두가 같은 감정과 에너지로 통일될 때 엄청난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때가 청중이 감동하는 순간이란 걸 아니까요.”

한국에서 태어난 이재원은 여덟 살 때 프랑스로 이민을 갔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거쳐 스위스 제네바와 독일 퀼른에서 공부한 그는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객원 단원, 서울시립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부수석 등을 거쳤다. 한국인 최초로 RCO에 입단한 건 2015년이다.

그는 무대에 설 때마다 동료들의 실력에 깜짝 놀란다고 했다. “다들 정말 연주를 잘해요. 다른 연주자의 솔로를 듣다가 소리 내는 것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요. 제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존재가 동료들입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이끄는 명(名)지휘자 파비오 루이지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루이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수석지휘자, 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굵직한 이력을 쌓아온 이탈리아 출신 명장이다.

“루이지는 음악 앞에서 진실한 지휘자예요. 사소한 음표 하나도 놓치지 않습니다. 놀라운 건 디테일을 살리면서도 악단은 절대 압박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주자들을 자유롭게 놓아주면서 음악적 이상을 그려내죠. 그와 호흡을 맞추는 건 언제나 가슴 뛰는 일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