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계산위 사퇴한 '소득보장 강화파' 위원들 "OECD 수준 보장 강화해야"
보험료율은 13%로 인상…"수급개시연령 연기, 기금 수익률 제고 등은 위험한 발상"
시민단체, 연금개혁 '대안보고서'…"소득대체율 50%까지 올려야"
국민연금 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정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의견 충돌 끝에 위원직을 사퇴한 '소득보장 강화파' 위원들이 주축이 돼 보장성을 강화한 대안 보고서를 26일 내놓았다.

이는 지난주 재정계산위가 정부에 제출한 최종 자문안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어서 이목이 쏠린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 대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제5차 재정계산위 민간 전문위원이었다가 사퇴한 남찬섭 동아대 교수, 주은선 경기대 교수 등이 주도했다.

보고서는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 비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에 따라 소득대체율(올해 42.5%)은 2028년에 40%까지 떨어지는데, 이를 2025년에 50%로 일시에 올려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근접하게 하자는 것이다.

재정안정 방안으로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올려 2030년 12%에 도달케 하고, 2031년부터 추가로 올려 2033년 13%가 되도록 하자고 했다.

시민단체, 연금개혁 '대안보고서'…"소득대체율 50%까지 올려야"
수급 개시 연령은 단기적으로 올리지 않되, 중기적으로는 당시 사회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현행법상) 이미 2033년까지 수급개시연령이 65세로 올라가게 돼 있기 때문에, 이를 추가로 올리는 것은 정년이 60세인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소득 공백이 길어지면 수급자들이 조기 수급을 선택하게 되고, 급여가 큰 폭으로 삭감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기금 투자 수익률을 올려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추겠다'는 접근의 경우 투자 위험을 감수한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재정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견에 참석한 이찬진 변호사는 "현재 기금 수익률을 유지하면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72% 정도로 배분해야 하는데, 재정계산위 보고서대로 1%포인트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위험자산을 100% 가까이 올려야 하는 위험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을 15%나 18%로 올리면서 지급개시연령을 68세로 상향하는 방안, 기금 수익률을 0.5%·1%포인트 올리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시민단체, 연금개혁 '대안보고서'…"소득대체율 50%까지 올려야"
남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2025년에 일시에 50%로 인상해도 그 효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가 제안한 재정방안을 추진해도 2030년까지 GDP 대비 연금급여 지출이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한 5차 재정계산 결과와 차이가 없다"며 "이후 중기인 2040년에 0.2%포인트, 2050년 0.6%포인트씩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금은 기금에서 원금을 쌓아 붙은 이자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치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생활비로 용돈을 주는 것처럼,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에게 집합적으로 생활비를 제공하는 것이 공적연금이자 국민연금"이라고 주장했다.

정용건 연금행동 위원장은 "한국은 OECD 최고의 노인 빈곤율에다 70년이 지나도 빈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재정추계 결과가 나왔지만, 재정계산위는 재정 안정화에만 집중해 국민의 노후를 팽개친 보고서를 제출했다"며 "대안 보고서를 정부와 국회 관계자에게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