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장벽 30년…한국 사과, 세계서 가장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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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로 10kg 도매가, 1년새 3.5배 치솟아
검역 앞세운 비관세 장벽으로
외국사과 못들여와 공급 부족
美·獨 등 11개 나라 개방 요청
"빗장 풀면 농가 타격" 우려도
검역 앞세운 비관세 장벽으로
외국사과 못들여와 공급 부족
美·獨 등 11개 나라 개방 요청
"빗장 풀면 농가 타격" 우려도
6만3000원. 24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특등급 사과(홍로) 10㎏의 경락가격이다. 작년 10월 1만8000원에 불과했던 가격이 1년 만에 3.5배로 뛰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22일에는 15만원을 웃돌면서 ‘금(金)사과’라는 말이 나왔다. 사과 가격이 이처럼 요동치는 것은 외국산 사과 수입을 막고 있는 폐쇄적 공급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무역 절차를 거쳐 외국산 사과가 수입된 전례는 없다.
이처럼 사과 가격이 급등한 건 생산량이 줄어서다. 사과는 봄철 개화 시기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는 3월부터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사과꽃이 일찍 피었다. 이후 기온이 다시 급락하면서 냉해 피해를 본 농가가 증가했고, 그 결과 지난 6월 나무에 사과 열매가 남은 ‘착과수’는 1년 전보다 16% 줄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 농가를 덮친 탄저병 등 ‘악재’도 겹쳤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3만5000t으로 전년(56만6000t)보다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 수입 빗장을 풀라”는 해외 국가의 요구는 쇄도하고 있다. 외국산 과일은 8단계(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로 구성된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진 국가는 없다.
미국은 1993년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3단계(예비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사과의 무역 장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도 탄력적인 물가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망고, 파인애플처럼 할당관세(0%)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엔 미국산 사과가 한국 사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이 많이 돼 국내산이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염정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문연구원은 “자체 연구 결과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농업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면서도 "다만 국내산 선호도가 높다고 가정하면 피해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급격히 치솟은 사과 가격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판매되는 사과(홍로) 10개의 평균 소매 가격은 3만934원으로 1년 전(2만8686원)보다 약 7.8% 올랐다. 추석 대목이 지나면서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소비자 사이에선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높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홍로 10개 평균 소매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비싼 3만6139원이었다. 지난달에는 사과 한 개가 1만원에 달하기도 했다.이처럼 사과 가격이 급등한 건 생산량이 줄어서다. 사과는 봄철 개화 시기가 한 해 농사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는 3월부터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사과꽃이 일찍 피었다. 이후 기온이 다시 급락하면서 냉해 피해를 본 농가가 증가했고, 그 결과 지난 6월 나무에 사과 열매가 남은 ‘착과수’는 1년 전보다 16% 줄었다. 여기에 여름철 집중호우, 농가를 덮친 탄저병 등 ‘악재’도 겹쳤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43만5000t으로 전년(56만6000t)보다 23%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적인 공급 구조
사과 가격을 안정화하려면 외국산 사과 수입을 막는 공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동식물 위생·검역조치(SPS)에 따라 사과를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외국산 사과를 통해 과실파리 등 국내에 없는 병해충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과 공급량은 매년 국내 농가의 작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 한정해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감(미국·일본·뉴질랜드), 감귤(미국·일본·뉴질랜드), 딸기(일본) 등과 대조적이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SPS 조치는 전형적인 비관세 장벽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국가·도시별 물가를 비교하는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사과 1㎏ 소매 가격은 한국이 6.57달러로 가장 비쌌다. 한국에 사과 수입 허용을 요청한 미국은 5.33달러, 일본은 4.44달러, 독일은 2.52달러다.“사과 수입 빗장을 풀라”는 해외 국가의 요구는 쇄도하고 있다. 외국산 과일은 8단계(접수-착수 통보-예비위험평가-개별 병해충 위험 평가-위험관리 방안 평가-검역 요건 초안 작성-입안 예고-고시)로 구성된 검역당국의 수입위험분석(IRA)을 통과하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뉴질랜드 등 11개국이 사과에 대한 IRA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청했지만 아직 받아들여진 국가는 없다.
미국은 1993년 사과에 대한 IRA를 신청했지만 여전히 3단계(예비위험평가)에 머물러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3년 국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에 사과의 무역 장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정부도 탄력적인 물가 대응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망고, 파인애플처럼 할당관세(0%)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외국산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한다. 과거엔 미국산 사과가 한국 사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엔 품종 개량이 많이 돼 국내산이 밀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염정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전문연구원은 “자체 연구 결과 사과 수입을 개방하면 농업생산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면서도 "다만 국내산 선호도가 높다고 가정하면 피해 영향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