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지 관리 없이 이주 사업 강행"…환경단체 반발
[현장] 인천 심곡천 대체서식지 '방치'…터전 잃은 멸종위기종
인천시 서구 심곡천 일대 맹꽁이·금개구리 대체 서식지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방문한 대체 서식지에는 높이 2∼3m의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 있고,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살아가는 데 적합한 습지의 특성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곳곳에선 땅이 말라가는 육화 현상도 나타났다.

대체 서식지를 따라 설치된 보호 펜스는 그물망 상당수가 파손돼 있어 기본적인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서식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07년 청라지구 개발 과정에서 사업 예정지에 살던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이주시키기 위해 조성했다.

이후 포획·이주 작업을 거쳐 법정보호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총 1천여마리가 이곳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신규 사업지인 LH 소유 청라지역 46만㎡ 땅에서 맹꽁이와 금개구리를 포획해 이곳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식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역 환경단체들은 대체 서식지가 장기간 방치된 상태에서 추가 이주 작업이 이뤄지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체 서식지 주변에는 여전히 맹꽁이와 금개구리 서식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현재로선 남아있는 개체수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서구생태하천위원회 관계자는 24일 "대체 서식지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사업자는 이주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며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실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인천 심곡천 대체서식지 '방치'…터전 잃은 멸종위기종
대체 서식지 관리에 허점이 생기는 이유로는 관련 법령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환경부 '대체서식지 조성·관리 영향평가 지침'에 따르면 동물의 서식지를 훼손한 사업자는 그에 대한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최소 3년간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모니터링 기간이 종료된 이후 유지·관리 주체에 대한 내용은 명시돼 있지 않아 관리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생태원 등 공동 연구진이 2018년 발간한 '대체 서식지 조성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 논문에는 대체 서식지로 분류된 전국 33개소 중 25곳(76%)이 별도 모니터링 없이 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서식지는 대부분 고사체 관리나 퇴적물 제거 등 유지·관리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돼 대체 서식지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인천시와 LH는 대체 서식지가 유명무실한 공간이 되지 않도록 명확한 관리 수칙을 세워야 한다"며 "한강유역환경청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곡천 일대 대체 서식지 관리 주체인 LH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보호종 이주 사업에 맞춰 대체 서식지 확충과 함께 전체적인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H는 관계자는 "대체 서식지 개선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일단 개략적인 정비 계획을 세워 한강유역청에 제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