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달달한 연애'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재즈 명곡들
소개팅을 할 때 상대방에게 자주 이런 질문을 했다.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도 있었지만, 사실은 대화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질문이었다. 초조한 마음에 연결성 없는 질문을 연이어 하니 대화는 흥미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자동차가 시동만 요란하게 걸다가 끝내 퍼져버리는 느낌처럼 말이다.
그래도 공통 관심사를 찾기 위해 “여름 휴가 어디 다녀오셨어요?” “어떤 음식 가장 좋아하세요?”와 같은 애피타이저 질문으로 시작을 한다. 그 다음에는 대화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내가 평소에 좋아하거나 알고 있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린다. 불과 몇 초에 불과한 이 기다림은 유난히 초조하고 길게 느껴진다.
“저 음악 별로 안좋아해요”
여태 들어본 가장 난감한 답변이다. 상대방이 정말 진심으로 음악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을수도 있으나, 이 정도로 답변할 정도면 상대방은 내가 말하는 그 정반대의 청개구리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이럴 때는 서로를 위해 적당히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하는 게 정답이다. 만남이 일찍 끝났으니 귀가 길에 동네 친구에게 술 한잔을 권한다면 그나마 소중한 주말 저녁을 덜 억울하게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나와 취향은 맞지 않는데, 이런 질문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 나에게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음악이 있는지 물어보면, 그 사람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가게 된다. 그러고 보니 어릴 때는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각의 범주가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취향이 달라도 서로에 대한 호감과 의지만 있으면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깨달았다. 결국은 대화를 얼마나 이어나가려는 의지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음악으로 마음을 읽는 법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곡 하나를 카톡으로 무심히 보낸다면, 단순히 링크를 보낸 것이 아닌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과거 음반을 선물하던 시절에는 마음을 표현하기가 훨씬 쉬웠다. 언어가 갖는 중압감 때문에 말로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엄선한 곡을 CD로 구워 선물하거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 담아 선물하는 행위는 구애의 의미를 지니곤 했다.
소개팅 남녀의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은 아직은 솔직한 마음을 열어놓고 표현하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기억의 습작이 흘러나올 때 설레었던 것은 남녀의 감정이 이어폰 선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요즘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듣는 모습도 다소곳하지만, ‘유선’의 설렘은 여전히 강렬하다.
소개팅이란 만남이 나와 상대방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를 찾는 게임이라면, 음악은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음악을 이용해 이 연결고리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음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공간의 연결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같은 음악을 듣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서로의 호흡이 느껴지도, 음악이 흐르는 방식대로 서로의 마음이 교감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쉽게 상상이 안된다면 영화 <비포선셋>에서 두 주인공인 제시와 셀린이 음반 가게의 작은 청음실에서 같이 곡을 듣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단연코 가장 쫄깃하고 달콤한 장면이다. 이처럼 서로의 미묘한 눈빛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자.
이러한 공간에서 함께 음악을 듣는 것은 서로를 더 가까이 알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악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강력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서로 좋아하는 음악을 함께 듣는 것은 서로의 취향과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의 연결
밤 기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공기가 차가운 가을 저녁, 바람 소리에는 재즈 음악이 유독 잘 어울린다. 쓸쓸함과 고독감이 느껴지는 시간이라면, 마음이 연결된 상대방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을 가져보자. 이럴때 손난로 건네듯 재즈 한곡을 보내보는 것이다.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 햇살을 맞아 연인과 함께 거닐다 보면, 시간은 스스로 흘러가고 어느새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연인과 헤어지는 순간, 서로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집에가는 길, 함께 보낸 하루를 되돌아보며 서로에 대한 감사함과 애정을 선곡으로 표현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