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재성아! 드루와!'…후배의 추격 기다리는 스프린터 김국영
"(이)재성이가 내 한국 기록을 깨면요? 소름 돋으며 박수 쳐주겠죠!"
김국영(32·광주시청)은 10년 넘게 한국을 대표하는 육상 단거리 주자로 이름을 날려왔다.

남자 100m 한국 기록 10초07도 그가 보유하고 있다.

한국 육상에 여전히 높기만 해 보이는 10초 벽의 끝에 '손끝'이라도 닿아 본 선수는 김국영이 유일하다.

그토록 바라던 아시안게임 메달도 4차례 도전 끝에 손에 넣었다.

이달 폐막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동료들과 남자 400m 계주 동메달을 합작하고는 펑펑 울어 오랜 시간 그를 지켜봐 온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김국영은 이제 스프린터로서 '황혼'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인 그를 여러 후배들이 추격했고, 지금도 쫓고 있다.

그중 항저우에서 동메달을 합작한 사이이기도 한 이재성(22·한국체대)은 현재 김국영의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국체전] '재성아! 드루와!'…후배의 추격 기다리는 스프린터 김국영
전남에서 치러지고 있는 제104회 전국체전에서 김국영과 이재성은 각각 남자 100m 일반부와 대학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기록은 이재성(10초32)이 김국영(10초35)보다 좋았다.

곧 대학을 졸업하고 김국영의 소속팀 광주시청에 입단할 예정인 이재성은 전국체전 2관왕을 확정한 뒤 "국영이 형! 기다려!"라고 호기롭게 외치기도 했다.

김국영은 이재성의 도전을 환영하는 것을 넘어 '응원'하고 있다.

17일 남자 400m 계주에서 대회 2관왕을 달성하고서 연합뉴스와 만난 김국영은 "내가 지는 해라면, 재성이는 떠오르는 해다.

나를 넘어 새로운 태양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한국 기록이 하루빨리 깨져야 한국 육상이 발전하는 거다.

재성이가 해낸다면, 진심으로 박수 쳐 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재성을 후배로서 정말 아낀다며 칭찬도 늘어놨다.

김국영은 "되게 뺀질뺀질하면서도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나한테서 뭐라도 하나 빼먹으려고 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후배"라고 말했다.

[전국체전] '재성아! 드루와!'…후배의 추격 기다리는 스프린터 김국영
이어 "재성이가 항저우에서 100m에서는 본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지만, 계주 동메달로 잘 마무리했고, 그 기세를 전국체전에서 이어가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얻은 재성이가 여기서 그치지 않길 바란다.

내년에 우리 팀에 오면, 더 잘 뛸 수 있도록, 날 뛰어넘을 수 있도록 내 노하우를 더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김국영은 항저우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김국영은 "속 시원하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대한육상연맹과 대한체육회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 만큼, 조금 더 뛰는 게 책임감 있는 선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생애 첫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목에 건 지 열흘여가 지났다.

김국영은 "열흘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1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이 그 동메달을 따내기까지 37년이 걸렸다.

3년 뒤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내가 그 대회에는 못 나가게 되더라도, 후배들이 '3년 만의 금메달'을 따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