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우려에도 전동화 판매 크게 올라
-상업용 시장 적극 공략해 위기 대응
-전동화 인식 및 개인 수요 확대는 숙제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1~3분기 미국에서 친환경차 판매 20만대를 돌파하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강력한 규제에도 발 빠른 대응과 판로 확보에 힘 입어 좋은 성적을 거둔 것. 하지만 미국에서 판매 확대를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아 중장기 전략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美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차·기아, 남은 과제는?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서 친환경차 21만3,270대(현대차 11만9,556대, 기아 9만3,714대)를 출고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3만1,986대)과 비교하면 61.6% 증가한 수치다. 이와 함께 두 회사가 지난해 판매했던 전체 물량(18만2,627대)을 이미 3만대 이상 초과 달성하며 청신호를 밝혔다.

파워트레인별 판매에서는 하이브리드가 우세했다.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가 3만대를 넘기며 가장 많이 팔렸고 기아 역시 포디움에 오른 모든 차종이 하이브리드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3만604대), 니로 하이브리드(2만3대), 쏘렌토 하이브리드(1만9,927대) 순으로 많이 나갔다.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전기차의 약진이다. 전체 차종 중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차는 현대차 아이오닉5로 2만5,306대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 판매 대수는 7만111대로 하이브리드(14만2,986대)보다는 적지만 전년 동기 대비 48.9% 성장하며 가능성을 높였다. IRA 여파를 감안하면 고무적인 숫자다.

업계에서는 IRA 선제적 대응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기아는 IRA 시행 이후 세액 공제 대상인 리스와 렌터카와 같은 상업용 시장을 적극 공략했다. IRA 상업용 차 조항을 활용하면 북미에서 조립하지 않은 전기차 역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당장의 타격은 없는 셈이다. 이러한 방향이 판매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美서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대차·기아, 남은 과제는?

반면, 장기적인 판매 관점에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상업용 판로는 수요와 인지도 측면에서 한계점이 빠르기 때문에 일반 소비영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테슬라는 3분기 사상 최저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차이로 1등을 유지 중이고 폭스바겐, 포드 등 정통 제조사 역시 다양한 전동화 세그먼트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가격과 공급이 1순위다. 그만큼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 시점이 성장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HMGMA는 당초 2025년 상반기부터 연간 30만대 규모 상업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IRA 대응을 위해 내년 하반기 중 가동을 목표로 앞당긴 상황.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HMGMA의 완공과 본격적인 생산 전까지 미국 내에서 친환경차 점진적 상승 기조를 유지해줘야 한다"며 "이후 일반 소비자를 향한 공격적인 시장 공략 여부에 따라 미국 내 전동화 전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