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알파세대, 케이팝 팬덤 문화 그대로 적용해 '덕질'
육성 비용 아끼는 가성비 사업…지속성에 의구심도
스크린 밖 노리는 버추얼 아이돌…콘서트까지 '성황'
가상 세계를 떠돌던 버추얼(가상) 아이돌이 점차 현실세계로 나가고 있다.

오프라인 콘서트를 통해 숨어있던 팬덤을 한데 모아 가상과 현실의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공연장에서도 여전히 대형 전광판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관객석의 열기는 여느 케이팝 팬들과 다르지 않다.

메타버스에 익숙한 Z세대, 알파세대 팬덤은 버추얼 아이돌의 공연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서다.

◇ 현실세계 성큼…오프라인 콘서트에 팬들 '환호'
지난 14~15일 버추얼 아이돌 이터니티(IITERNITI)는 경기도 광명시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단독 공연을 열었다.

이터니티가 대형 디스플레이 안을 자유롭게 오가며 무대를 펼치면 입체감 있는 조명과 음향이 현실성을 더한다.

제작사 펄스나인은 이번 공연을 영화관 스크린과 실제 아이돌 무대의 중간 점에 있는 '하이브리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이터니티 멤버 제인은 공연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팬들과 하이 파이브를 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MBC '아이돌 라디오 콘서트'에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PLAVE)가 등장했다.

5인조 그룹인 플레이브는 대형 전광판 속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팬들은 오랜 갈증을 풀듯 환호했다.

이날 콘서트는 플레이브의 단독 공연은 아니었지만, 팬덤 '플리' 약 5천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플레이브 제작사인 버추얼 콘텐츠 전문 기업 블래스트는 내년 단독 공연도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스크린 밖 노리는 버추얼 아이돌…콘서트까지 '성황'
같은 날 6인조 버추얼 걸그룹 이세계아이돌도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이세계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간판출연자)로 무대를 펼쳤다.

멀티미디어 쇼를 겸한 이세계아이돌의 공연은 억눌려 있던 '비주류' 팬덤을 위한 해소의 장으로 평가됐다.

페스티벌은 1차 예매 오픈 1만장이 8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소속사 패러블엔터테인먼트는 내년 연말 이세계아이돌 단독 콘서트를 목표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 Z·알파세대 팬덤 지지로 영역확장…"근본적 한계" 지적도
버추얼 아이돌의 이러한 영역 확장은 메타버스에 익숙한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 팬덤의 힘이 컸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Z세대, 알파세대는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며 "그들이 케이팝 팬덤 문화를 버추얼 아이돌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플레이브 팬카페 회원 수는 6만1천여명에 달하고, 멤버들의 '라방'(라이브 방송)은 기본 1만7천~1만8천명이 시청한다.

특히 아이돌의 전유물로 알려진 플레이브 멤버별 생일 카페는 국내뿐 아니라 태국과 대만 등 해외에서도 열려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 이세계아이돌 팬덤 '이파리'는 서로 공연 응원법을 공유하기도 하며, 이세계아이돌 노래도 멜론 차트 톱 10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이돌의 '본체'가 누구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진짜인지 신경 쓰지 않는 팬들의 지지가 기업들의 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버추얼 아이돌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일종의 '가성비' 사업으로 통한다.

기본 50억~60억원에서 최대 100억원 가까이 드는 매니지먼트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 밖 노리는 버추얼 아이돌…콘서트까지 '성황'
향후 업계는 버추얼 아이돌이 하위문화를 뛰어넘어 케이팝 시장의 한 축으로 주목받도록 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펄스나인은 음악성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달 김형석 작곡가가 대표를 맡고 있는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버추얼 아이돌 메이브(MAVE:)의 경우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마치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듯 기획부터 음반,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의 근본적 한계로 대규모 투어 등 고수익 사업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버추얼 아이돌은 콘텐츠를 만드는 수입원이 제한적"이라며 "결국에는 비용을 적게 들이며 소소하게 팬덤을 늘리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