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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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하청업체 소속 60대 택배 기사가 숨진 사고와 관련, 쿠팡은 "쿠팡 직원이 아닌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개인사업자임에도 민주노총 등이 회사 강요에 의한 과로사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강도 높은 근무 탓에 과로사를 당한 회사 직원인 것처럼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해당 택배 기사는 주당 52시간 일한 개인사업자(퀵플렉서 기사)로 평균 근무시간과 소득 수준이 택배업계 평균보다 좋은 편"이라고 주장했다.

14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전날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이는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했다. 퀵플레스 기사 60세 A씨는 전날 오전 4시 40분쯤 경기 군포시 산본동 한 빌라 4층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택배노조는 "쿠팡의 로켓 배송(익일 배송) 시스템에서 이 같은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다"며 "하루 14~15시간 일하는 강도 높은 노동이 축적되면서 과로사하는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쿠팡에 책임을 물었다. 경찰은 A씨 유족 측으로부터 A씨가 고혈압 등 지병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사인 판단을 위해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쿠팡 측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와 배송 업무 위탁 계약을 맺은 A물산에 따르면 근무 기간 고인은 주 평균 52시간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평균 배송 물량도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노조는 과로사인 것처럼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개인사업자 택배 기사는 회사에 소속된 근로자와 다르다. 산업안전법 시행령 등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근로 계약이 아니라 위임 또는 도급 계약을 맺고 실적에 따라 수수료 등을 받는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지휘와 감독, 요구로 노동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일한다"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 '근로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반 근로자처럼 고정 근무 시간과 월급이 없고, 본인이 일한 만큼 수익을 내는 사업자라는 점에서 택배 기사들의 업무 환경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쿠팡에 따르면 퀵플렉서 B씨는 하루 10시간 정도 일하며 매달 1100~1500만원가량 수입을 거두고 있지만, 일이 몰릴 때 별도로 자신의 일을 도와 주는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 반대로 20대 퀵플렉서 C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일하고, 한달 500만원 전후의 수입을 거두고 있다. 한 퀵플렉서 기사는 "노조 주장처럼 타율적으로 하루 14~15시간씩 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민주노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반 택배 기사의 업무 시간은 주당 59.3시간인 반면, CLS 퀵플렉서는 57.2시간으로 비교적 적었다. 반면 일반 택배기사의 월 총수입은 454만원으로, 퀵플렉서(584만원)가 높았다. 주당 2시간 적게 일하고 소득은 130만원 높은 셈이다.

택배노조는 지속적으로 택배 기사 사망 사고를 과로사로 단정하고 해당 택배사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주장해 왔다. 2022년 6월 CJ대한통운의 대리점 소속 배송 기사 사망 사고 때도 노조는 "고인은 평소 건강했지만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를 배송했다"며 과로사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 측은 "해당 기사는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혈압, 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고 배송 물량은 평균 택배 기사보다 17% 적었다"고 반박했다.

2020년 말 롯데택배 한 대리점 소속 배송 기사 사망 사고 때도 "고인은 하루 14~15시간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주장했지만, 롯데 측은 "평균 오후 7시 정도에 퇴근했고 업무 과다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CJ대한통운 본사 점거에 이어 CLS 소속 직원 여럿을 폭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그동안 택배 기사 사망 사고를 과로사로 몰면서 정치적으로 악용해 온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