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긴급 간담회…"한국, 비극 악순환 막기 위한 국제연대 동참해야"
[이·팔 전쟁]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적 관심 유지될지 주시해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미국의 아태 지역에 대한 전략적 관심도에 영향을 미칠지 주시해야 한다고 국내 전문가가 진단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12일 국립외교원에서 개최된 '이·팔 사태 관련 중동정세평가 긴급 공개 간담회'에서 "중국 견제에 큰 흔들림이 없도록 중동의 판을 잘 만들어 가면서 인태전략의 안정적 역외지대로 만들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에 균열이 가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 교수는 "유럽 전선도 굉장히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중동 전선, 더구나 고질적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선이 터지면 미국이 방점을 찍은 중국 압박에 대한 아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관심도가 얼마만큼 유지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 때 미국이 '아시아 재균형'을 이야기하면서 중동에서 발을 빼고 중국 견제로 가는 흐름을 탔는데, (여기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 '아랍의 봄'(Arab Spring) 이후 벵가지 피살이었다"고 언급했다.

벵가지 피살은 2012년 9월 12일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4명이 숨진 사건이다.

그는 "이번 이·팔 문제가 벌어지면서 (워싱턴 정책서클이) 비슷한 기시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 3월에 사우디와 이란을 수교시키면서 중동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타났지만 이제 첫 숙제를 안아 든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가 중동의 지정학 판도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사우디가 처음에 공세적으로 중동의 판을 이끌고 가다 숨고르기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뀐 반면, 이란이 하마스의 일종의 후견국으로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마스 등 역내 불안정 세력에 발언권을 가진 이란이 오히려 지렛대를 갖게 되며 외교적 입지가 반전됐다는 취지다.

그는 "이란이 이를 앞으로 어떤 식의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지가 관심사"라며 "포연이 다소 가라앉고 나면 헤즈볼라나 하마스에 대해 이란이 목소리를 내도록 국제사회가 부탁하거나 협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인 교수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선 "우리가 중동 역내 당사국은 아니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으로 직접적인 포지션을 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비극의 악순환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연대에 동참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내년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들어가기 때문에 머리를 맞대며 우리 입장을 조금씩 국제사회와 맞게 조율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