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욕설'이 연이어 화제에 올랐다. 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욕설과 막말을 지적하려다 '되치기'당하면서다.

막말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지난 10일 열린 국방부 대상 국정감사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회의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피켓을 붙이고 신 장관의 과거 '막말' 논란을 비판했다.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과 정의당은 청문회에서 당시 신원식 장관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판단했는데 임명됐다"며 "국민들은 아직도 신 장관의 막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신 장관이 2019년 9월 태극기 집회 도중 "문재인 모가지 따는 건 시간 문제"라고 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여당 간사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자연인일 때 이야기한 것"이라며 "신 장관의 막말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할 이야기가 없겠냐. 성남시장을 하면서 형수한테 쌍욕을 한 사람도 있다"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자 기동민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가 여기서 왜 나오느냐"며 반발했고, 성 의원은 재차 "신 장관은 자연인일 때 이야기한 것이고,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을 하면서 쌍욕을 한 것이다. 대비되지 않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김태우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방신시장에서 김태우 후보 지원유세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의 '형수 쌍욕'은 같은 날,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유세 중 욕설 장면이 회자하며 재차 소환됐다.

안 의원은 지난 9일 김태우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를 돕기 위해 유세차에 올랐다가 욕설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안 의원은 경찰청 차장 출신이 진교훈 민주당 후보를 비판하며 "민생 치안이 그 사람에게 주어진 유일한 길인데, 그 사람 실적 아시느냐. (진 후보가) 경찰청 차장 시절인 2022년 1분기 통계만 보더라도 1년 전보다 강력범죄가 우리나라에서 70% 늘었다"며 "정말로 X랄하고 자빠졌죠"라고 했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의 안 의원이 욕설을 하는 장면은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졌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내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나섰던 집권 여당의 지도자가 신성한 선거에서 상대 당 후보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하다니 기가 막히다"며 "새정치를 외치며 정치에 뛰어들었던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느냐"고 비난했다.

이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뒤편으로 밀려날까 봐 두렵냐"며 "이것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이다. 강서구민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그 앞에서 욕설을 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안철수 의원실은 '반전' 서사로 반격에 나섰다. 안 의원실은 "막말의 대명사 '더불어막말당'이 유머와 막말도 구분 못하는 것을 보니 역시 원조 막말 정당답다"며 전말을 공개했다. 안 의원의 유세 현장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X랄하고 자빠졌네, X새끼야'라고 안 의원을 향해 욕설을 하자, 안 의원이 "정말로 X랄하고 자빠졌죠"라며 순간적으로 받아쳤다는 것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막말을 운운할 자격이나 되는가"라며 이재명 대표의 '형수 쌍욕'을 소환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지적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라며 "민주당은 유권자에 대한 모독을 운운했는데, 민주당이 그런 주장을 할 처지나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수많은 국민이 듣고 경악한 이재명 대표의 형수 욕설을 들어보지 못했나"라며 "그 녹음 파일을 들어보면 민주당은 함부로 다른 사람이 막말한다고 주장할 수 없을 텐데, 이 대표의 욕설을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충성 맹세를 위해 억지로 외면하는 것인가"라고 일갈했다.

신 상근부대변인은 "손윗사람에게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고 저급한 단어들을 술술 내뱉으며 모욕을 서슴지 않은 사람을 당 대표로 모시고 있는 민주당이, 유권자의 처절한 외침을 반복한 안 상임고문의 행동을 지적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자당의 망언들, 이 대표의 욕설부터 처절하게 반성하고 국민께 석고대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