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 개념 모식도. Freepik
유전자가위 개념 모식도. Freepik
키메릭항원수용체-T세포(CAR-T) 치료제를 제작할 때 모든 염색체는 의도치 않은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전자편집 순서를 일부 변경해 손실률을 1% 미만으로 줄이는 방법도 나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 개발자와 CAR-T 분야 권위자의 공동 연구 성과로 향후 CAR-T 치료제의 항암효과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CAR-T 치료제를 제작하려면 T세포가 암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조작해야 한다. 주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Cas9)로 T세포 표면에 암세포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수용체(CAR)를 발현하도록 한다.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3일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상시적으로 염색체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우드나 교수는 CRISPR-Cas9을 개발한 공로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연구진은 T세포의 유전자 92개를 각각 편집한 뒤 가이드리보핵산(gRNA)에 따라 염색체손실 정도를 평가했다. 총 364개 gRNA를 이용했다. CRISPR-Cas9은 바꾸고 싶은 DNA 표적을 인식하는 gRNA와 염기서열을 자르는 효소(Cas9)로 이뤄져 있다.

당초 연구진은 일부 염색체에서만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훨씬 심각했다. 표적 유전자의 89%에서 염색체 손실이 발생했다. 염색체 단위로 보면 모든 염색체에서 손실이 관찰됐고 일부 염색체는 완전히 손실되기도 했다. 55%의 gRNA도 손실이 일어났다.

다우드나 교수는 논문에서 "비표적 염색체에 비해 유전자가위 표적이 된 염색체에서 손실이 훨씬 많이 발생했다"며 "효소가 유전자를 자르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전자편집을 마친 T세포를 2~3주간 배양하며 관찰한 결과 염색체손실이 있는 T세포일수록 개체수가 감소했고 생존 가능성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염색체가 손실된 T세포는 증식하기도 했지만 정상 T세포에 비해 속도가 느렸다.

다우드나 교수는 논문을 통해 "유전자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염색체손실은 일반적인 현상임이 드러났다"며 "CAR-T 치료제에서 T세포를 조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므로 잠재적 유전독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논문에서는 T세포 편집 과정 중 일부를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염색체손실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 두 명으로부터 채취한 T세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편집한 뒤 환자에게 주입 전 염기서열을 분석해 염색체손실 정도를 확인했다. 임상시험에서 T세포를 조작할 때 T세포를 자극·활성화하는 과정을 뒤로 미루면 염색체 손실률을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

대부분의 CAR-T 치료제는 T세포를 편집하기 전 세포를 활성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유전자편집 효율을 높여 T세포가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는 핵심 단계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염색체손실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고 T세포를 먼저 편집한 뒤 활성화하는 식으로 순서를 바꿔 실험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준 교수는 논문에서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으로 염색체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며 "향후 CAR-T 치료제 개발 연구 및 임상에서 수정된 프로토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0일 14시 58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