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AI시대, 혁신을 게을리 한 대가
아마존은 지난달 말 깜짝 발표를 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앤스로픽에 40억달러(약 5조원)를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로 협업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앤스로픽은 오픈AI와 함께 생성형 AI 기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오픈AI와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 탄탄한 AI 기술 역량을 갖춘 구글 등과 경쟁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경쟁서 뒤처진 아마존

아마존의 이번 투자는 한발 늦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구글은 올해 2월 앤스로픽에 3억달러를 투자했다. 작년 말 MS와 오픈AI가 손잡고 챗GPT를 내놓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오픈AI의 대항마 격인 앤스로픽과 손을 잡은 것이다. 구글은 이를 통해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에 반해 아마존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50억달러)와 맞먹는 40억달러를 투입하고도 소수 지분만 확보했다. 이번 투자금은 챗봇 클로드2를 내놓고 탄탄한 성장 가도를 달리는 앤스로픽을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생태계로 영입하는 이적료 성격이 짙다.

그동안 아마존은 특정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종속되지 않겠다며 AWS를 통해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가 LLM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애플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마저 자체 생성형 AI 개발에 나서자 뒤늦게 앤스로픽에 손을 내밀었다.

클라우드 사업에서 생성형 AI는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1위인 AWS는 강력한 AI 도구를 장착한 MS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 등 경쟁자의 거센 추격에 쫓기고 있다. 여기에 AI 반도체를 만드는 엔비디아까지 자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컴퓨팅 파워를 앞세워 클라우드 시장을 넘본다. AWS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AI 부문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던 MS는 일찌감치 오픈AI에 투자하고 성과물을 공유하는 ‘AI 외주 전략’을 취했다. 그 결과 구글이 장악하다시피 한 AI 시장에서 판세 흔들기에 성공했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 등 AI 기술을 선도해온 구글은 이제 다극화한 생성형 AI 시장에서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MS가 올해 초까지 오픈AI에 투자한 자금은 총 110억달러(약 15조원)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지분 49%를 확보했다.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900억달러(약 121조원)로 연초 대비 세 배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이 108조원이다. 선구안을 갖고 한발 빠르게 움직인 결과 ‘기술 주도권 확보’와 ‘투자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오픈AI를 MS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생성형 AI 시대로 접어들면서 산업 지형도도 바뀌고 있다. 지난 십수 년간 유지해온 경쟁우위가 단숨에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6개월 뒤도 장담할 수 없다. 산업혁명과도 같은 파괴적 변화에 안일하게 대응하다가 값비싼 대가를 치른 아마존이 주는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