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유류 공급난 겹친 '10월 위기설'…대규모 반정부 시위 불꽃될 수도
"연료부족 쿠바 주유 대기줄 상상 초월"…블랙아웃 우려도 고조
'어제 24시간 동안 발전 용량 부족', '오늘도 전력공급에 영향', '주유 차량 한나절 대기'
고질적인 연료 부족으로 신음하는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 '10월 위기설'이 엄습하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한 전력 및 유류 공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적 약점'을 스스로 드러내는 법이 거의 없는 쿠바 정부에서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먼저 예고하고 나서는 등 국가적 비상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쿠바 전력청(UNE)은 3일(현지시간) 공식 설명자료를 내고 "어제 24시간 동안 발전 용량 부족으로 전력 서비스가 영향을 받았다"며 "오늘 오전 2시 53분에 (전력 공급이) 재개됐으나, 오늘 오전 4시 1분부터 다시 영향을 받는 곳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UNE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가용 전력량은 2천150㎿(메가와트)인데 비해 수요량은 2천390㎿에 달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이날도 종일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UNE는 예측했다.

정전 사태는 수도 아바나와 시골 마을 등지에서 이미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윤미 쿠바 영사협력원(민주평통 자문위원)은 이날 "아바나 시내 주택 밀집 지역인 미라마르에서는 어제 비정기적으로 3∼4시간 전력 공급이 끊겼다"며 "오늘도 2∼3분씩 몇 차례 정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UNE는 잦은 정전 배경으로 발전소 2기 고장에 따른 가동 중단과 다른 발전소 2기 유지보수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연료부족 쿠바 주유 대기줄 상상 초월"…블랙아웃 우려도 고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년째 반복되는 유류 부족 문제도 그 심각성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인 첫 쿠바 영주권자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정호현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유를 위해 몇 시간 동안 주유소 앞에서 대기하다 운이 좋지 않으면 내 앞에서 기름이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공급량 태부족 영향으로 차량 연료 구하기가 '상상 초월'이라고 전했다.

정 감독은 "자동차 가솔린 부족 사태는 이미 쭉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며 "일주일에 몇 회, 몇 시간 정해지는 순환 정전 프로그램도 이달 중순부터는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쿠바 정부는 앞으로 마주할 전력 부족 현상을 미리 경고하며 국민들의 대비 태세를 당부하기도 했다.

알레한드로 힐 부총리 겸 경제장관과 비센테 데라 오 레비 에너지광산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쿠바 관영 TV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해, 연료를 더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향후 추진할 예정이라며 "대중교통 운행과 선박 운항 등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쿠바 정부 차원에서 자국 내 '불편한 진실'을 먼저 국민들에게 알리는 건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2021년과 지난해 전력 부족과 경제난 등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수면 위로 터져 나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료부족 쿠바 주유 대기줄 상상 초월"…블랙아웃 우려도 고조
특히 2년 전에는 근래 쿠바에서 목격된 바 없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아바나를 비롯한 전역을 뒤덮으면서 미겔 디아스카넬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전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한동안 지속될 경우 경우에 따라선 반정부시위의 불꽃이 다시 타오를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