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에는 성묘객 통행증 검사 느슨했으나 올해는 강화"
북한 국경 개방 후 첫 추석…연휴는 딱 하루 '성묘 가는 날'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8개월간 잠갔던 국경을 외국인에게까지 완전히 개방한 뒤 처음으로 추석을 맞는다.

코로나19와 태풍 등 물난리를 겪으며 조용하게 추석을 보내다 조금씩 일상을 찾아가는 듯한 모습이 읽히는 북한에서 올해는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임시 공휴일과 개천절을 포함해 올해 총 엿새를 쉬는 한국과 달리 북한은 음력으로 8월 15일인 9월 29일 단 하루만 쉬는데, 이날은 통상 '성묘 가는 날'로 여겨진다.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매년 추석을 앞두고 추석날 조상의 묘를 찾는 것은 "응당한 도리", "오랜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습"이라고 보도해왔다.

다만,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다 보니 거주지와 다른 지역에 있는 묘소에 가려면 당국에서 발행하는 통행증이 필요하다.

추석만큼은 검사가 느슨해 통행증 없이도 성묫길에 오르는 게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으나, 올해는 반드시 통행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함경북도에 있는 한 익명의 소식통은 RFA에 다른 지역으로 성묘하러 가려면 그곳에 실제 조상의 산소가 있다는 당국의 확인이 있어야만 통행증을 받을 수 있어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은 추석이면 노동당 간부 등이 대성산 혁명열사릉, 신미리 애국열사릉,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 등에 꽃을 바치고 넋을 기린다는 점도 선전해왔다.

북한 국경 개방 후 첫 추석…연휴는 딱 하루 '성묘 가는 날'
성묘가 끝나면 가족, 친척끼리 모여 차례상에 올린 음식을 나눠 먹으며 회포를 푸는 시간을 갖는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해콩, 참깨, 밤, 대추 등을 넣은 송편과 찹쌀가루를 둥글게 빚은 뒤 꿀과 삶은 밤을 고명으로 묻힌 밤단자 등이 있다.

북한은 평양을 품고 있는 평안도 지방에서는 찹쌀가루와 엿기름가루를 반죽해 기름에 지져 만든다는 '노치'를 추석에 많이 해 먹는다고 소개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흔히 먹는 음식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추석이면 TV로 볼 수 있던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 결승전 녹화방송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자연재해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쉬어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신음하던 2020년에는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았고, 2021년에는 방송 편성에서 빠졌다가 2022년부터 중계가 재개됐다.

작년에는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추석을 앞두고 개최한 씨름 경기 결과를 방송 전에 보도했으나, 올해는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경기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1등 상품으로 황소가 걸려있는 이 씨름대회는 생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2002년 처음 시작됐다.

북한 국경 개방 후 첫 추석…연휴는 딱 하루 '성묘 가는 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