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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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자동차가 중국 배터리 회사 CATL과 함께 미국 미시간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짓는 사업을 중단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잇따라 미시간을 방문하기로 한 전날 이같은 계획이 공개됐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허점을 노렸다는 비판을 피하고 UAW 파업 중단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방문 전 합작 취소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TR 리드 포드 대변인은 "합작 공장을 경쟁력 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마셜 프로젝트)을 이날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리드 대변인은 "일시적으로 그만두는 것으로 해당 사업에 관한 최종 결정은 아니다"며 "여러 사항을 고려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포드의 결정이 UAW와 노사협상을 하는 중에 나왔다고 전했다. UAW는 지난 15일 향후 4년 간 시급 40% 인상과 주 32시간 근무 등을 요구하며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공장에서 파업을 시작했다. 지난 22일부터 파업 범위를 확대하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26일, 27일에 미시간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대표적인 경합주인 미시간을 방문해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짐 팔리 포드 CEO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노조를 압박했다. 팔리 CEO는 "노조가 요구한 모든 것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전기차 투자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며 "UAW가 요구하는 임금인상 등은 전기차 사업 확장 노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꼼수 합작"이라는 의회 비판에 부담

뉴욕타임스는 "이번 중단 결정의 배경이 어떤 것인 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중국 CATL과의 합작이어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공격을 받아온 점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협력하는 것을 막는 규칙을 만들고 있다"며 "이런 규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포드가 공장 건설을 중단한 요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포드는 지난 2월 CATL과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미시간 마셜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포드는 IRA의 보조금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합작사의 지분을 모두 갖기로 결정했다. 대신 CATL로부터 배터리 제조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CATL에 로열티(기술 사용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IRA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곧바로 미 의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와 미·중 전략경쟁특위는 지난 7월 포드에 보낸 서한에서 "포드가 CATL 협력으로 창출하겠다는 고소득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미국인이 아닌 중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원은 포드와 비슷한 의혹을 받는 테슬라도 겨냥했다.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은 지난 19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CATL과 계약을 맺고 있거나 앞으로 계획이 있는 지 자세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 테슬라가 포드와 유사한 방식으로 CATL과 합작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이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5월 말 중 머스크 CEO가 국을 방문해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쩡위췬 CATL 회장과 식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CATL은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