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 참석자들, 서울시 정책 현장 탐방
풍문여고 리모델링한 공예박물관에선 전통 공예품 매력 '흠뻑'
자연·전통 품은 서울 백년대계 송현광장 찾은 세계도시 대표
서울 도심 한복판의 열린송현녹지광장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서울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시민에게 도심 속 공원으로, 잠시 쉬어가는 녹지로 개방된 이곳에서 유달리 도드라져 보이는 주변의 빽빽한 빌딩숲은 무분별한 개발을 넘어 생태도시의 필요성을 떠올리게 한다.

100년 넘게 닫혀있다 작년 비로소 열린 땅에서 향후 100년의 비전을 펼쳐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렇게 서울시는 이곳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장소로 낙점했다.

어떻게 하면 서울의 자연을 회복하고, 100년 뒤에도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행사다.

세계 각 도시에서 온 대표단도 송현광장에 관심을 보였다.

오전 10시께 도착한 이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주변 풍광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서울시는 25일 '제12회 세계도시정상회의 시장포럼'에 참석한 각 도시 대표단을 대상으로 정책현장 탐방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대표단이 보고 싶어 하는 서울의 정책부터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서울의 고민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행사다.

이날 오전에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는 열린송현녹지광장에서 여러 전시물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더블린(아일랜드), 브리즈번(호주), 상파울루(브라질), 빌바오(스페인) 등 36개 도시 대표단이 참석했다.

자연·전통 품은 서울 백년대계 송현광장 찾은 세계도시 대표
서울광장의 3배에 이르는 규모(3만7천117㎡)인 이 부지는 경복궁과 거의 붙어있다시피 한데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었다.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며 담이 쌓였고, 광복 후에는 1997년까지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쓰였다.

이후 소유권이 정부에서 기업으로 넘어가며 20여년간 방치되다 서울시가 2020년 6월 공원화 계획을 발표한 뒤 다시 공공부지로 돌아왔다.

이곳에서는 이달 1일부터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조병수 건축가는 "한국은 산이 많고 강과 시냇가가 많은 아름다운 땅"이라며 "1390년대 풍수지리 원칙에 맞춰 한반도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찾다 보니 이곳 서울을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곳이 6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만든 최초의 생태도시라고 생각해 자랑스럽지만, 지난 100년간 환경이 많이 파괴되고 빌딩숲이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하고 있다.

다른 도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송현광장이 공지로 남겨진 이유와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 지향하는 바를 설명했다.

조병수 건축가의 소개에 따라 대표단은 송현광장 곳곳의 조형물을 둘러봤다.

특히 전망대 형태 조형물인 '하늘소' 위, 전국 각지의 흙을 모아둔 흙밭이 대표단의 관심을 끌었다.

조 건축가가 "신발을 벗고 올라와 보시라"고 권유하자 일부 대표단은 함께 걸터앉아 흙을 바라보고, 그 뒤로 펼쳐진 북악산과 북한산의 산세를 감상했다.

자연·전통 품은 서울 백년대계 송현광장 찾은 세계도시 대표
도시건축비엔날레에 이어 서울공예박물관을 둘러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곳은 2017년 풍문여고가 강남구로 이전하면서 남은 학교 건물을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해 만들어졌다.

허물어질 수도 있었던 이곳을 살리고 보존하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조선시대에는 순종의 가례가 치러진 안동별궁이 있던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이 같은 특성을 살려 전통과 현대, 서울과 세계, 예술과 생활을 연결하는 '공예 허브' 역할을 추구하고 있다.

박물관 설명을 들은 대표단은 이후 세 조로 나뉘어 곳곳에 전시된 공예품을 관람했다.

한국적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분청사기와 금박 전통의상은 대표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작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거나 전시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관람을 마친 이들은 오후 포럼이 예정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서울시는 26일에도 정책현장 탐방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청계천박물관을 찾아 청계천의 과거와 오늘이 있기까지 복원 과정을 보여준다.

또 서울하수도과학관을 방문해 서울의 선진화된 하수도 시설을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자연·전통 품은 서울 백년대계 송현광장 찾은 세계도시 대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