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무원노조가 승진심사 개입"…정부, 결국 칼 빼들었다
A 공무원 노조는 규약을 통해 노조 탈퇴를 실행하는 조합원의 권한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상급 단체 탈퇴와 조직 형태 변경을 방해했다. B 공무원노조는 단체협약을 통해 승진 심사위원에 노조 추천 위원이 30%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C 공공기관 노조는 자신들이 '사측과 협상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섭단체'라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D 노조는 구조조정·조직개편 이유로 정원 축소를 금지하고, 정원 조정 시 노사가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위법한 단체협약과 노조 규약의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공무원, 교원,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의 위법·부당한 120개 단체협약과 4개의 노조 규약을 대상으로 '시정 명령'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고용부가 단체협약을 대상으로 이처럼 대규모 시정명령을 한 건 처음이다.

이는 지난 5월 실시한 ‘위법·부당한 공공부문 단체협약, 노조 규약 실태 확인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다. 당시 총 479개 공공부문 단체협약과 48개 노조의 규약을 조사한 결과 143곳의 단체협약, 6개의 노조 규약에서 법령 위반 소지가 적발됐다.

고용부는 이후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에 ‘위법 단체협상·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고용부가 단협이나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려면 노동조합법에 따라 해당 노조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해야 하며, 지노위에서 ‘인용’하는 내용의 의결이 나와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지방노동위에서 120개 단체협약과 4개 노조의 규약에 대해 '인용' 의결이 나왔다. 17개 공공부문 노사와 2개 노조는 노동위 의결 직전에 자율적으로 위법한 단체협상·규약을 시정했다.

고용부는 시정명령에 불응할 경우 노조법에 따라 범죄로 인지하고 형사처벌(500만원 이하 벌금)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단체협약의 경우 시정명령이 나온 날로부터 2개월, 노조 규약은 시정명령이 나온 날로부터 1개월이 이행기간이며 이 기간을 지나면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관계를 선도해야 할 공공부문의 잘못된 노사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며 "노사법치 확립 등 개혁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고용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반발한 노조들은 일찌감치 고용부의 조치를 대상으로 소송을 예고하고 있어, 노정 갈등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