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가 쓰레기 문제 해결에 1000억원 쓰는 까닭은
서울 은평구는 서울 중심부에서 무악재-홍제의 북부부터 경기도와의 경계까지를 아우르는 지역이다. 조선 태조3년에 서울을 '한성부'로 명명하면서 서울지역을 5부52방으로 개편했는데, 5부는 각각 동·서·남·북·중 지역을 이르렀다. 이 중에서 북부의 성 외 지역에 '연은방'과 '상평방' 지역이 있었다. '은평' 구는 연은방과 상평방에서 각각 한 글자씩을 따온 지명이다.

해방 직후에는 경기도에 속해 있었지만 1949년 고양군 은평면 11개리와 연희면 7개리가 서대문구에 편입되고 이 구역을 관할하는 '은평출장소'가 설치되면서 은평구는 비로소 서울시의 일원으로 인정되었다. 1973년 고양군의 구파발리와 진관내외리가 서울시에 편입되었고, 1979년 서대문구에서 은평구가 분할되면서 현재의 은평구가 형성됐다.
서울 은평구가 쓰레기 문제 해결에 1000억원 쓰는 까닭은
북한산을 끼고 있는 은평구는 땅이 넓다. 29.70㎢로 서울 전체의 4.9%를 차지한다. 그 면적의 절반은 주거지역(15.368㎢)이고 나머지 절반은 녹지(13.902㎢)다. 인구수는 모두 46만6746명으로 적지 않은 반면 이 곳에 거주지를 두고 있는 외국인은 3866명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지금 은평의 모습은 상당부분 2000년대 들어 진행된 '은평뉴타운' 개발의 결과물로, 비교적 균질한 지역색은 그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주거지 중심 … 복지수요 높고 재정력지수 낮아

은평구에는 기업이 별로 없다. 강남구나 중구처럼 기업에서 나오는 세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주거지역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집값이 높거나 거래가 잦은 것도 아니다. 기준재정수요 충족도(재정력지수)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은평구는 올해 필요한 지출금액의 절반 가량(57.6%) 밖에 스스로 마련할 수 없는 처지다. 이는 전체 구 중에서 20위로, 최하위권까지는 아니지만 높다고 말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25개구 평균은 74.2%다.

일반회계 중 자체재원의 비중을 따지는 '재정자립도'도 18.1%로 25개구 중 23위다. 은평구보다 자립도가 더 낮은 곳은 노원구(16.5%), 강북구(17.2%) 정도가 있다. 대체로 서울의 산악지역을 끼고 있는 성북구·강북구·도봉구·노원구·은평구의 사정이 비슷비슷한 편인데, 뉴타운 개발지역을 대규모로 포함하고 있는 은평구가 그 중에서 조금 나은 편이다.
서울 은평구가 쓰레기 문제 해결에 1000억원 쓰는 까닭은
인구 수가 많기 때문에 예산 규모가 큰 편이다. 올해 예산규모는 1조870억원으로, 25개 구 중에서 5위다. 서울 시내에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운용하는 구는 강남구(1조2846억원), 노원구(1조2277억원), 강서구(1조2261억원), 송파구(1조1752억원)와 은평구 정도다.

올해 예산은 전년도(1조110억원)보다 7.52% 증가했다. 잉여금을 작년보다 좀 더 많이 끌어오고(549억원→723억원), 국고보조금과 지방세수도 증가할 것으로 잡고 예산을 짰다. 그러나 올해 공시가격 인하와 부동산 거래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 7월 2차 추경 때 154억 재산세 감추경(세입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줄여서 다시 계산)을 했다. 박재일 은평구청 예산팀장은 "지난 2~3년 간 세수가 좋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감추경을 하고, 이런 기조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평구 한옥마을 모습. 한경비즈니스
은평구 한옥마을 모습. 한경비즈니스


사회복지분야가 전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높은 편이다. 올해 일반회계 예산의 60%(6518억원)를 차지한다. 작년(5870억원)보다 10.86% 늘었다. 기초생활보장(1308억원),노인 기초연금(2167억원) 등 노인·청소년비용 2577억원, 취약계층 지원 745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작년보다 119억6500만원(19.12%)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 중 … 쓰레기 문제 해결 '첫걸음'

은평구는 서울 서부 지역의 대표 주거지로 꼽히는 마포구 서대문구와 함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은평구는 재활용품, 서대문구는 음식물쓰레기, 마포구는 일반 생활쓰레기 해소를 위해 각자 관련 처리시설을 확보하고 3구가 공동으로 배출 및 처리에 협력하는 내용이다.

은평구는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까지 1000억원 가량의 비용을 들여 진관동(76-40번지 일대)에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설립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 155억원이 반영돼 있다. 국비와 시비 지원을 받는 사업이다. 지하에 광역재활용 폐기물 선별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지상에는 축구장과 다목적 구장 등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한다. 하루에 150t 규모 재활용품을 선별할 수 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자원을 만들어내고 구민에게 도움이 되는 장소를 구축하려는 것이 은평구의 목표다.
은평구 진관동에 들어설 광역자원순환센터 예상 모습. 은평구청
은평구 진관동에 들어설 광역자원순환센터 예상 모습. 은평구청
민선 7기(2018년 7월~2022년 6월)에 이어 민선 8기(2022년 7월~2026년 6월) 재선에 성공한 김 구청장만의 특색이 있는 사업도 여럿 있다. 어린이를 데리고 외출할 때 애로사항이 많은 부모들을 위한 '아이맘택시'가 대표적이다. 영유아 동반 부모가 택시를 쉽게 탈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급하고 전용 택시를 운영하는 제도로 민선 7기 때 김 구청장이 시작한 사업이다. 최근 서울시가 '서울엄마아빠택시'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은평구 경험에서 영향을 받았다. 올해 관련 예산은 5억6000만원 배정돼 있다.

이외에 김 구청장은 자립준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립준비청년청을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 5500만원이 배정됐다. 박 팀장은 "기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구민들에게 반응이 좋은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은평구민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한옥마을(위 사진)에 있는 '은평한옥어울림터(옛 마을회관)' 운영에도 3300만원이 마련됐다.

문화·체육 예산↑

또 예산서를 분야별로 살펴보면 올해 체육 관련 예산이 97억9700만원으로 작년(66억3800만원)보다 47% 증가한 것이 두드러진다. 종합스포츠타운 운영(28억7850만원), 은평통일로스포츠센터 운영(14억6740만원), 직장운동경기부 인라인롤러선수단 운영(3억7591만원), 진관동 다목적체육관 건립(4억5624만원) 등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주민들의 체육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부분도 많다.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9억7128만원), 종목별 각종 체육대회(5억5980만원), 은평구체육회 지원(3억6051만원), 생활체육시설 확충 및 정비(2억1240만원), 구민 체육대회 개최(1억9800만원), 취약계층 생활체육 활동지원(1억7046만언), 생활체육 교실 운영(1억6832만원) 등이 이런 항목이다.

주거지역이 많고 또 면적이 넓기 때문에 도서관 관련 분야에 예산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올해 예산 중에서 은평구립도서관 운영(31억1061만원), 구산동 도서관마을 운영(13억3787만원), 응암정보도서관 건립(12억8100만원), 증산정보도서관 운영(12억2876만원), 은평뉴타운 도서관 운영(11억6565만원),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 운영(11억5495만원), 응암정보도서관 운영(10억5521만원) 등 꽤 규모 있는 도서관이 많다.

이외에 은뜨락도서관 운영(7억9758만원), 구립상림도서관 운영(3억4233만원), 공공도서관 유지관리(5억9516만원), 대조꿈나무어린이도서관 운영(1억3187만원) 등도 도서관 관련 지출이다. 임업 및 산촌에 관한 예산도 40억3800만원으로 전년(20억500만원)의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