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9개월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시장금리가 오르고 있어서다. ‘고금리 시대’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270∼7.099%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보다 금리 상단이 0.13%포인트 올랐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이 연 7%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12월(연 7.603%) 후 9개월 만이다.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같은 날 연 3.900~6.469%로 집계됐다. 이는 상단 기준으로 지난달 말 대비 0.219%포인트 뛴 수치다.

주담대 금리가 치솟은 것은 지표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오르던 은행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0일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기준금리(연 3.50%)를 밑돌던 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연 4%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9월 이후 채권시장 경색으로 연 4~5%를 웃도는 금리로 조달한 예금 만기가 돌아오는 점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예금 금리 인상은 은행의 조달비용(코픽스지수) 상승으로 이어져 주담대 변동금리를 더 끌어올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고금리 예금 만기 도래에 따른 수신 경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금리 더 오른다는데 가계대출 5개월째↑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 압력이 커진 것은 주담대 금리의 지표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4.517%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음날에는 연 4.471%로 소폭 내리긴 했지만 시장에선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향후 연 4.5%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금리 상승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발행 금액은 전달보다 89.1%(3조7253억원) 늘어난 7조9053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채 발행액도 한 달 전에 비해 47.3% 증가한 17조9584억원을 기록했다. 일반 회사채가 같은 기간 4900억원어치 발행돼 전달(2조7040억원)보다 81.9%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상보다 긴축 기조를 오래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금리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 상승세에도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불어났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8월 말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이달엔 20여 일 만에 전달 증가폭(1조5912억원)을 넘어섰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문가들은 예금 만기를 짧게 가져가면서 금리 추이를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주담대처럼 대출을 장기간 이용한다면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되 추후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보형/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