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 사법개혁 추진…재판지연·코드인사 등 비판도
후임 이균용 임명동의 안개 속…'사법부 수장 공백' 우려
떠나는 김명수 "모든 허물은 제 탓…사법부에 격려 보내달라"
김명수 대법원장은 22일 퇴임식에서 "모든 허물은 저의 탓으로 돌려 꾸짖어주시되 오늘도 '좋은 재판'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제 불민함과 한계로 인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기를 시작하며 '좋은 재판'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김 대법원장은 퇴임사에도 이를 11차례 반복하며 강조했다.

그는 "좋은 재판을 실현하는 과정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린 험난한 길이었다"며 "유례없는 감염병 위기 상황으로 사법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고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또 최근 지적되는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좋은 재판은 국민이 체감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며 "국민이 재판에서 지연된 정의로 고통을 받는다면 우리가 추구한 가치들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다만 정의의 신속한 실현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이지만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러야 한다는 방향도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성과로는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축소'를 꼽았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의 재판에 대한 우위 현상은 사법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법관의 내부적 독립도 한층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퇴임식에는 김 대법원장과 상고심 심리·판결을 함께한 13명의 대법관과 윤준 서울고법원장·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을 비롯한 각급 법원장들, 법원행정처 소속 법관들, 법원 직원들과 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은 김 대법원장에게 재임 기념패를 건넸다.

약 40분간 이어진 퇴임식을 마친 김 대법원장은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차를 타고 평생 일해온 법원을 떠났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후임으로 사법 개혁의 과제를 안고 2017년 9월25일 대법원장에 취임했다.

이후 고등부장 승진제를 폐지하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는 등 인사제도 개혁에 나섰다.

법원행정처를 축소하고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신설하는 등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했다.

영상재판을 확대하고 형사전자소송을 추진한 것도 좋은 성과로 꼽힌다.

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은 법원 안팎에서 비판받았다.

정치적 논란에 휘둘리거나 이른바 '코드 인사'를 반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이달 24일까지다.

후임으로 지명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여야는 김 대법원장 퇴임 하루 뒤인 25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방침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이마저 불투명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