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주목받는 바이오항공유…규제 완화로 정유주 숨통 트일까
바이오항공유(SAF)는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 대신 폐식용유나 동·식물성 기름, 옥수수 등 친환경 원료로 제조한 항공유를 말한다. 일반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어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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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SAF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주요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로 세계 각국에서 화석 연료 규제가 심해지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이 오는 2025년부터 역내 항공기를 대상으로 SAF를 최소 2%를 혼합해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EU는 역내 항공기가 SAF를 혼합해서 사용해야 비율을 2050년까지 최대 70%까지 늘려갈 전망이다.

지난 10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보고서에 따르면 SAF 생산량(추정치)은 지난해 24만톤으로 8만톤인 전년 대비 약 200%가 증가했다. IATA는 오는 2028년엔 SAF 생산량이 5500만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SAF를 강제로 사용해야 하는 국제 흐름에 발맞춰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SAF 관련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 현행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 사업법'은 SAF를 석유대체연료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법적으로 정유사는 '석유 등 화석 연료를 활용해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으로만 규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정유사가 SAF 사업을 위한 첫발을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SAF도 석유대체연료로

정유 및 항공업계의 우려에 힘입어 여야도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지난 7월과 4월 발의한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두 법안은 석유 대체 원료에 SAF를 포함해 관련된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유사가 SAF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체계적인 지원을 위한 전문기관을 둘 수 있는 조항을 덧붙였다.

홍 의원의 개정안은 더 나아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SAF를 수입할 때 부과금을 면제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홍 의원은 "우리나라에도 SAF의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해당 연료의 수입·사용·개발하는 자를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며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석유 및 석유 대체 연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 호재 예상 기업 : S-Oil SK이노베이션 GS 제이씨케미칼 중앙에너비스 흥구석유 한국석유 등
  • 발의 :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의원실: 02-784-6566),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원실:02-784-8950)
  • 어떤 법안이길래: 석유대체연료로 SAF를 포함해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
  • 어떤 영향 주나 : 정유사의 SAF 사업 추진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 근거가 생겨 사업 안정성이 높아질 전망.

개정안은 정유 3사(S-Oil,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를 비롯해 제이씨케미칼 중앙에너비스 흥구석유 한국석유 등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확대되는 SAF 시장에 발맞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한 사업 투자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은 국내 정유사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산업 안정성이 더해지며 국내 항공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선 이미 활성화된 SAF... 대책 초읽기 나선 정부·업계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SAF 시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서 SAF 사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배럴당 1.25~1.75달러)을 시작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폐기물 가스화 전문기업인 '펄크럼'은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세계 각국에서 투자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와 SK이노베이션이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8000만달러(약 1040억원)를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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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도 국내 SAF 법적 근거 도입을 위한 노력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지난 6월 국내 SAF 도입 논의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대한석유협회, 한화토탈에너지스, 한국항공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 15일엔 'SAF 도입 실증연구 수행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열어 향후 1년 동안 실증 연구에 들어갈 계획이다.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합동'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일 대한항공 비행기가 국내 최초로 SAF를 급유한 뒤 시범 운항에 돌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범 운항은 지난 6월 민관합동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 회의의 후속 조치로 이뤄졌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석 달간의 시범 운항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SAF 혼합 비율을 반영한 품질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與野 "법 개정 취지 공감"...남은 건 국회의 몫

여야 모두 개정안을 두고 큰 이견이 없어 올해 안으로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김 의원과 홍 의원의 개정안은 모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여야는 지난 21일 소위원회를 열어 두 법안에 대한 첫 심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소위 자체가 취소되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정무적인 이유로 소위가 중단됐을 뿐"이라며 "이 법안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 모두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자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도 "법안을 조속한 시일 내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소위에서 두 의원의 법안을 병합 심사한 뒤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안을 넘길 것으로 알려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