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의 반도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감시카메라용 반도체 생산을 본격 재개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이실리콘은 올해 초부터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등에 반도체 공급을 시작했다. 주로 화웨이와 계열사에 반도체를 공급하지만 다후아테크놀로지, 하이크비전 등과 같은 외부 고객에도 부품을 공급한다. 하이실리콘은 과거 감시카메라 부문 1위 반도체 공급 업체였으나 미국의 수출 통제 이후 글로벌 점유율이 2018년 60%에서 2021년 3.9%로 급락했다.

화웨이는 최근 고급 사양 반도체를 사용하고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공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이 제품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이실리콘이 시장에 복귀한 것은 미국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규제를 우회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로 케이던스, 시놉시스와 지멘스의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댄 허친슨 테크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메이트60프로와 무선 주파수 파워 반도체 등 부품을 분석해보면 화웨이가 미국이 금지한 정교한 EDA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적으로 입수했는지, 아니면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청문회에서 화웨이의 메이트60프로와 관련해 “중국이 7㎚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며 “특정 기업이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될 때마다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 최종 규정이 “수주 내로 완성될 것”이라며 “단 1센트의 지원금도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는 데 도움 되지 않도록 바짝 경계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현일/장서우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