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 섬세포가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몸에 이식해 인슐린 주사 없이도 당뇨를 관리할 수 있는 이식형 인슐린 공급장치가 개발돼 제1형 당뇨병(T1D) 모델 쥐 실험에 성공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로버트 랭어·대니얼 G. 앤더슨 교수팀은 19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인슐린을 생성하는 캡슐화된 섬세포와 이들 세포가 건강하게 생존하도록 산소를 생성, 공급하는 소자를 결합한 이식형 인슐린 공급장치를 개발하고, 이를 제1형 당뇨병 쥐에 이식해 기능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제1형 당뇨병은 체내에서 인슐린이 거의 생산되지 않아 발생하는 당뇨병으로 어린 나이에 발병하기 쉬워 소아 당뇨로도 불린다.
인슐린 주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음식 섭취를 조절하면서 하루 한 번 이상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평생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제1형 당뇨병의 유망한 치료법으로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섬세포 체내 이식이 있지만, 이 방법은 이식된 세포가 면역체계의 거부 반응이나 산소 공급 부족 등으로 생존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만 개의 인슐린 생산 췌장 섬세포를 면역계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캡슐 형태로 만들고 체내 수증기를 분해해 산소를 생성, 공급하는 소자와 결합해 이식형 인슐린 공급 장치를 개발했다.
산소 생산에는 연료전지에서 수소를 생성할 때 사용되는 양성자 교환막이 사용됐다.
이어 이 장치를 동전 크기로 제작해 당뇨병 모델 쥐에 이식한 결과 최소 한 달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했으며, 이 기간 쥐의 혈당 수치도 건강한 쥐의 정상 혈당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산소 공급장치 없이 췌장 섬세포만 이식된 경우에는 2주 내에 고혈당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이 장치는 이식된 췌장 섬세포와 산소를 생성·공급하는 소자를 쥐 면역계와 분리하는 캡슐로 감싸는 방식으로 면역계의 공격과 산소 공급 부족을 동시에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장치는 체내 수증기 분해를 통해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별도 펌프나 유체 처리 메커니즘이 필요 없고, 무선 에너지 수확 방식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외부 전기 공급 선이나 배터리 충전이 없이 체내에서 장기간 작동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동 교신저자인 앤더슨 교수는 "이 장치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인간 세포와 전자 생명 유지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살아 있는 의료기기라고 보면 된다"며 "이 기술이 호르몬 등을 자주 장기간 공급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는 이 장치가 당뇨병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인슐린 외에도 다른 호르몬 등을 지속해 공급해야 하는 다양한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는 더 큰 크기의 장치를 개발하고 체내에서 더 오래 작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할 방침이며, 나아가 이 장치를 더 큰 동물과 궁극적으로는 제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논문 제1 저자인 싯다르트 크리슈난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재료는 본질적으로 안정적이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장기간 작동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장치가 향후 당뇨병과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논문 출처 : PNAS, , ' A wireless, battery-free device enables oxygen generation and immune protection of therapeutic xenotransplants in vivo', http://dx.doi.org/10.1073/pnas.2311707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