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엔 캐리 트레이드’ 선호가 ‘위안 캐리 트레이드’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서다.

중국 통화가치 초약세에 '위안 캐리 트레이드' 뜬다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인베스코, TD증권 등 미국 금융사들이 캐리 트레이드의 수단으로 일본 엔화 대신 위안화를 추천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초저금리를 유지해온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대표적이다.

월가 은행들이 최근 위안 캐리 트레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엔화보다 위안화를 더 싸게 빌릴 수 있어서다. 최근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약 7.3위안으로, 2007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달러화 가치 상승과 위안화 가치 하락이 맞물린 결과다.

최근 부동산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장기간 물가 하락) 우려가 제기된 데다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8%로 내리면서 위안화가 매력적인 캐리 트레이드 대상으로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인민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 위안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고 차입비용도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월가에서는 위안화를 빌려 인도와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 통화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남미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연 13.25%다.

위안 캐리 트레이드의 부상을 두고 동북아시아 두 거대 경제국의 운명이 교차하는 순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에선 7년째 지속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종료될 거란 전망이 제기되며 엔화 가치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반대로 중국의 경제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엔 캐리 트레이드의 인기가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다. 올해 들어 브라질 헤알화, 멕시코·콜롬비아 페소화 등으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대해 엔 캐리 트레이드를 구사한 투자자들은 42%의 수익률을 얻었다.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가능성 때문에 위안 캐리 트레이드가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