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방침을 철회하는 바람에 어렵게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던 제주도에서 혼선과 함께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 식음료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보증금 300원을 음료값과 함께 결제했다가 나중에 컵을 반납하면 돌려받도록 한 제도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일회용 컵 반환율은 지난 6월 30%대에 그쳤지만 7월 50%대, 지난달 둘째 주 63%에 이른 뒤 최근 70%대까지 올라섰다.
제주도는 6월부터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의 조처를 시행했다.
제주도는 또 조례 개정을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자(전국 100개 이상 매장 보유)에 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의무 대상 사업장을 지역 브랜드 매장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시행 초기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제주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정착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많았지만 행정 관청의 강력한 의지와 환경보호라는 도민·관광객의 호응으로 일회용 컵 반환율을 70%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환경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방침을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기로 하기로 전해지면서 이미 시행중인 매장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의 한 카페 업주 A씨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하느라 바코드 찍힌 종이를 컵에 일일이 붙이는 등 일거리가 더 많아져 번거롭다"며 "이제 보증금제 이행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반면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B씨는 "이 제도 시행으로 개인 컵 사용이 습관화됐고 또 주변에 플라스틱을 버리는 일이 줄어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며 "제도가 막 정착하는 것 같은데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폐지는 제주와 세종에서 진행되는 시범사업에 대해 1년간 평가를 한다는 자체 기준을 어기면서 정책의 신뢰를 환경부 스스로 무너뜨렸다"며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전국 시행을 해야 함을 역설했음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환경부는 환경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 발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어렵다고 본다"며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것은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성과를 토대로 제도를 계속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하며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한 법률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이날 도정현안 공유 티타임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한 반환경적 시도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제주도와 세종시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되고 있는데, 보증금제 시행을 유보시키려는 시도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