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상승하면 덩달아 가격이 오르는 대표적인 원자재가 농산물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1960~2011년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의 상관계수는 △밀 0.84 △옥수수 0.82 △대두 0.79 등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상승하면 곡물 운송 비용, 비료 가격 상승 등으로 전체적 비용이 증가하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쓰이는 옥수수 등의 곡물 사용량도 증가한다.

과거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시기엔 농산물 상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2011년 4월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기자 국제 옥수수 가격은 t당 385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8%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밀 가격도 t당 343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89.5% 치솟았다.

국제 농산물 가격은 하반기 들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연초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 수온이 높아지는 현상) 영향으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이후 작황 전망이 개선되자 가격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 3대농산물선물(H)’은 지난 6월 22일 연중 고점을 찍은 이후 14일까지 16.8% 하락했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옥수수 선물 ETN’도 같은 기간 42.3% 급락했다. ‘KB 레버리지 밀 선물 ETN’은 7월 말 이후 이달 14일까지 29.1%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유가 오름세가 장기화하면 곡물 가격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상승 전환한 국제 유가는 바이오에탄올 수요 확대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고, 한동안 내려갔던 비료 가격도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요 농산물 생산국의 정치 상황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다. 황지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흑해곡물협정 파기 이후 공급망 교란, 인도의 쌀 수출 금지 조치 등 가격 변동을 일으킬 만한 위험 요소가 다수 있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