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통찰] 인구절벽 속 성장 해법 '지식재산'에 있다
‘아이 울음 뚝 그친 국가’(합계출산율 0.7명), ‘일본보다 빨리 늙어가는 나라’. 한국의 현주소다. 폴 월리스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겪게 될 엄청난 격변을 ‘인구지진(age quake)’에 빗댔다. 정부는 인구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개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소비·고용·생산성이 감소한다면 사회 전반의 침체로 이어져 마치 지진이 온 것과 같은 충격과 고통을 겪을 것이다.

이를 극복할 대책은 무엇일까? 우리보다 앞서 인구절벽을 겪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은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출산·육아의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썼다. 고령자와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도 펼쳤다.

그러나 골든타임을 놓친 우리로선 적은 인구로 성장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창의적인 한 사람이 다른 국가의 두세 사람 몫을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일정 수준의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들은 자본과 노동 투입을 통한 성장에 한계를 보이는데, 폴 로머는 이를 극복할 요소로 ‘축적된 지식’을 제시한다. 기술 진보와 생산성 증대, 그리고 혁신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 특허통계센터는 최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산업재산권(특허, 상표 등) 보유 기업이 미보유 기업에 비해 매출이 7.2%, 수출은 39.6% 높다는 것을 밝혔다. 미국의 지식재산 집약 산업(2019년)은 전체 미국 경제의 41%를, 고용의 44%(6300만 개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도 이와 비슷하게 국내총생산(GDP)의 47%, 고용의 29.7%를 차지한다.

‘인공지능(AI)’ ‘디지털화’ ‘지식재산’은 이 시대에 부응하는 키워드가 됐다. 자동화와 DX, 규제개혁, 지식재산 집약 산업 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현안이다. 우리에게 이런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간 절실하지 않았다. 기업이 연구개발(R&D)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도록 탈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제1 과제다.

융복합적 경제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과 제도도 미흡하다.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지식재산 등록·상담, 침해 단속, 분쟁 조정, 정책 연구, 교육, 통상 등의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효율성이 떨어지고 중복적이다. 지능형 디지털 시대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융합적 정책 거버넌스를 재정비하고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 같이 대통령실에 지식재산정책비서관을 둘 필요도 있다.

그리고 디지털 경제 활동에 맞도록 오프라인 중심의 제도를 개선하고, 인간 중심의 지식재산 제도도 AI와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 환골탈태의 자세로 디지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 개혁과 융합정책을 시행할 행정체계 변화가 절실하다.

국민은 장래가 밝게 보장된다면 기꺼이 현재의 어려움을 참고 견딜 것이다. 지식재산은 인류가 오랫동안 집적한 지식의 산물이다. 지식재산을 모든 R&D에 접목하고 AI를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면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1962년 기간산업 중심의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다면 지금은 디지털 성장 중심의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