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에 우는 '제2 타다'…대못은 언제 뽑힐까 [이광빈의 플랫폼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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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로톡 사태…비대면진료 업계도 '휘청'
규제·텃세에 스타트업 생태계 '위기'…"공간 마련해줘야"
[※ 편집자 주 :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지속가능과 공존을 위한 테크의 역할과 녹색 정치, 기후변화 대응, 이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 조정 문제 등에 대한 국내외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 '대못을 뽑겠다',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 신산업과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규제와 기득권의 '텃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때가 되면 나오는 말이다.
그만큼, 역대 정부들이 규제와 '텃세'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해왔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 혁신 스타트업들이 생겨나 뻗어나갈 수 있는 토양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규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타다' 사태가 업종을 달리해 재현되는 모양새다.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둘러싼 논란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은 변호사협회로부터 '무더기' 징계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비대면진료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초진은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로톡 사태와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사태는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면서 비롯됐다.
◇ 코로나19 사태 속 싹튼 비대면진료 업계 '고사위기'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화상이나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의료 접근성'과 '안전성'의 가치가 충돌하며 해묵은 논쟁의 대상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때는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했다.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면서 비대면진료는 중단되게 됐으나,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허용했다.
비대면진료 규제 과정에서 의사 단체들은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들은 약 배송을 막는 데 주력했다.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사업 지침을 위반하면 행정지도·처분이 내려지게 됐다.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게 되면, 의료기관이 보험급여 청구액 삭감 등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초진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되니 비대면 진료의 사업성이 현격히 떨어졌다.
이에 서비스 종료나 사업 전환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29개 중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고 실시간 무료 상담 등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업체도 생겼다.
더구나,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방 환자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실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시 후 첫 두 달간(6∼7월) 이용자가 시범사업 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초진 허용 범위를 넓히고 재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야간이나 공휴일엔 초진이어도 진료가 가능한 방안이 거론된다.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지역도 전국적인 의료 취약지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데, 상당히 진전된 조치가 없으면 비대면진료 업계의 성장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걸음마 단계서 쑥대밭 된 '리걸테크'…숨 쉴 공간은
헌법재판소는 로톡 가입을 금지한 변호사협회 규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온라인 법률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순차적으로 징계했다.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내 법무부가 심의를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로톡 사태를 타다 사태에 이어 규제 문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선진국에선 법과 기술을 의미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고 있어 국내 상황과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국제 리걸테크 부문 전체 투자규모는 115억달러에 육박했다.
그중 약 45억달러가 최근 2년간 이뤄질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 됐다.
미국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이미 벤고시닷컴이라는 리걸테크 기업이 상장돼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시민들과, 오프라인으로 사건 수임이 어려운 변호사들에 유용한 서비스로 성장 중이다.
일본 변호사 절반가량이 벤고시닷컴에 가입돼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규제 완화가 뒤늦게 이뤄질 경우, 상당히 성장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해 들어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때는 규제에 눌려온 우리 스타트업들이 해외 서비스에 대항할 만한 체력을 다지지 못할 수 있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17일 통화에서 "기존 업계와 신기술 스타트업 간의 자체적인 타협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나서서 스타트업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중립적이 되면 시장이 막혀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빈의_플랫폼S #리걸테크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연합뉴스
규제·텃세에 스타트업 생태계 '위기'…"공간 마련해줘야"
[※ 편집자 주 : 지속가능한(sustainable)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플랫폼S'입니다.
지속가능과 공존을 위한 테크의 역할과 녹색 정치, 기후변화 대응, 이와 관련한 사회적 갈등 조정 문제 등에 대한 국내외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 '대못을 뽑겠다', '손톱 밑 가시를 빼겠다'. 신산업과 스타트업을 가로막는 규제와 기득권의 '텃세'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때가 되면 나오는 말이다.
그만큼, 역대 정부들이 규제와 '텃세'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해왔다는 방증이다.
국내에서 혁신 스타트업들이 생겨나 뻗어나갈 수 있는 토양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혁신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규제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낸 '타다' 사태가 업종을 달리해 재현되는 모양새다.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둘러싼 논란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은 변호사협회로부터 '무더기' 징계까지 받았다.
최근에는 비대면진료 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극히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초진은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해진 탓이다.
로톡 사태와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사태는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면서 비롯됐다.
◇ 코로나19 사태 속 싹튼 비대면진료 업계 '고사위기'
비대면진료는 의사가 화상이나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의료 접근성'과 '안전성'의 가치가 충돌하며 해묵은 논쟁의 대상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이때는 초진·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했다.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가 하향되면서 비대면진료는 중단되게 됐으나,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진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허용했다.
비대면진료 규제 과정에서 의사 단체들은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로 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들은 약 배송을 막는 데 주력했다.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사업 지침을 위반하면 행정지도·처분이 내려지게 됐다.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게 되면, 의료기관이 보험급여 청구액 삭감 등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초진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되니 비대면 진료의 사업성이 현격히 떨어졌다.
이에 서비스 종료나 사업 전환을 시도하는 업체들이 잇따르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체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비대면 진료 플랫폼 29개 중 절반 정도가 문을 닫았다.
비대면 진료를 중단하고 실시간 무료 상담 등의 서비스로 전환하는 업체도 생겼다.
더구나,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지방 환자들이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실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개시 후 첫 두 달간(6∼7월) 이용자가 시범사업 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초진 허용 범위를 넓히고 재진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야간이나 공휴일엔 초진이어도 진료가 가능한 방안이 거론된다.
초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지역도 전국적인 의료 취약지로 확대할 것으로 보이는 데, 상당히 진전된 조치가 없으면 비대면진료 업계의 성장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걸음마 단계서 쑥대밭 된 '리걸테크'…숨 쉴 공간은
헌법재판소는 로톡 가입을 금지한 변호사협회 규정에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온라인 법률 플랫폼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순차적으로 징계했다.
징계받은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내 법무부가 심의를 진행 중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로톡 사태를 타다 사태에 이어 규제 문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해외 선진국에선 법과 기술을 의미하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붐을 이루고 있어 국내 상황과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국제 리걸테크 부문 전체 투자규모는 115억달러에 육박했다.
그중 약 45억달러가 최근 2년간 이뤄질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 됐다.
미국이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이미 벤고시닷컴이라는 리걸테크 기업이 상장돼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시민들과, 오프라인으로 사건 수임이 어려운 변호사들에 유용한 서비스로 성장 중이다.
일본 변호사 절반가량이 벤고시닷컴에 가입돼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서 규제 완화가 뒤늦게 이뤄질 경우, 상당히 성장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공략해 들어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때는 규제에 눌려온 우리 스타트업들이 해외 서비스에 대항할 만한 체력을 다지지 못할 수 있다.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변호사는 17일 통화에서 "기존 업계와 신기술 스타트업 간의 자체적인 타협은 불가능하고 정부가 나서서 스타트업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중립적이 되면 시장이 막혀 스타트업이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빈의_플랫폼S #리걸테크 #비대면진료 #스타트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