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데 집에 있어라?…책임론 '확산'
지난 10일(현지시간) 리비아 대홍수 참사와 관련 당국의 엉뚱한 지시로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확산하며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15일(현지시간) 현지 당국이 사람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는지, 내렸다면 언제 내렸는지 등을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동부와 서부를 각각 장악한 리비아의 두 정부가 서로 엇갈린 지시를 내리며 혼란을 부추겼다고 증언하고 있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민주화 바람을 몰고 온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동부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 트리폴리 통합정부(GNU)가 대립하고 있는데, 각기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리비아 태그히어당 대표 구마 엘-가마티는 홍수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가만히 집 안에 있어라, 나가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14일 주장했다. LNA 측 관계자들이 지난 10일 밤 TV에 출연해 기상악화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집에 머무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LNA 측 대변인 오스만 압둘 잘릴은 군인들이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했으며 집에 있으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홍수 피해가 집중된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도 아랍 매체 알하다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난 발생 3~4일 전에 대피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일부 생존자들도 기상 상황이 악화하면서 경찰과 군 당국이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다고 BBC에 전했다.

LNA 측 대변인 잘릴은 주민들이 위협이 과장됐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고, 동부 지역 당국 관계자도 "불행하게도 일부 사람들이 '상황이 과장됐다,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들이 혼란을 겪는 사이 댐 붕괴 후 쏟아져 나온 물살이 90여분 만에 도시를 휩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댐 두 개가 붕괴한 지 90여분 만에 거센 물살이 도시 전체를 휩쓸었고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데르나에서는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이 동반한 폭우로 인해 상류 댐 두 개가 잇따라 붕괴하면서 도시의 20% 이상이 물살에 휩쓸렸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국가 단위의 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기상 당국이 제 기능을 했다면 홍수로 인한 인명피해 대부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리비아 적신월사는 대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1천300명을 넘어섰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휘경기자 ddehg@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