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 종목·선수 노쇠화 '이중고' 딛고 효자종목 부활 도전
'은 2개' 최광호, 金 한풀이…물오른 정철원, 기량 만개 기대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6) 롤러스케이트 최광호·정철원
한국 롤러스케이트의 주력 분야는 단연 스피드 부문이다.

2004년 세계선수권 주니어 2관왕에 오른 궉채이가 '인라인 얼짱'으로 인기를 얻으며 롤러스케이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롤러 여왕' 우효숙이 국제 무대를 평정하며 한국을 롤러 강국으로 만들었다.

17살이던 2003년 한국 롤러 최초로 세계선수권 시니어 금메달을 따낸 우효숙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1년에는 세계선수권 4관왕에 올라 세계무대를 주름잡았다.

우효숙을 구심점으로 한국 대표팀은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최강인 콜롬비아를 꺾고 종합 1위(금 15개·은 15개·동 9개)에 올랐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휩쓸며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6) 롤러스케이트 최광호·정철원
하지만 롤러스케이트의 인기가 시들고 대표팀 세대교체도 원활하지 못하면서 한국 롤러의 위상은 크게 약화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의 '노골드' 성적을 거두며 종합 1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아시안게임에서 입지도 좁은 편이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2014 인천 대회에서는 제외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남녀 로드 20,000m 두 경기로 대폭 축소됐다.

이번 대회에선 스프린트 1,000m, 제외+포인트(EP) 10,000m, 계주 3.000m 등 3개 세부 종목으로 확대됐으나 2026년 열릴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또다시 존립이 위태로울 전망이다.

이 때문에 스피드 대표팀은 올해가 마지막 아시안게임 출전일 수도 있다는 절박한 각오로 금빛 질주에 도전한다.

그 선봉에는 남자 1,000m에 출전하는 최광호(30·대구시청)와 정철원(27·안동시청)이 있다.

최광호가 아시안게임에서만 은메달 2개를 획득한 베테랑이라면 정철원은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 경쟁을 하는 등 기량이 한껏 물오른 선수다.

최광호는 2010 광저우 대회 EP 10,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선 20,000m에 출전해 준우승했다.

단·장거리를 가리지 않는 최광호는 이번엔 1,000m에서 금메달 한풀이를 정조준한다.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6) 롤러스케이트 최광호·정철원
정철원은 작년 세계선수권 1,000m 종목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나 아쉬운 파울 판정으로 실격 처리됐다.

정철원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1차전에서도 1분24초274를 기록, 최광호(1분24초333)를 제치고 대표팀에 선착했다.

두 선수는 개인전에선 선의의 경쟁을 펼치지만, 5,000m 계주에서는 금메달 합작을 위해 손을 맞잡는다.

둘 다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 아시안게임일 수도 있다는 각오로 출발선에 오를 날만을 벼르고 있다.

스피드 대표팀은 여자 5,000m 계주까지 포함해 총 3개의 금메달을 노린다.

김정순 대표팀 감독은 "(최대 경쟁자인) 대만이 합동 훈련을 일찍 시작해 더 준비가 잘돼있고 지구력에서 앞설 수는 있다"면서도 "우리가 코스 활용 능력이나 위치 선정 센스는 더 뛰어나기 때문에 그 점을 잘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최광호는 묵묵하고 조용하게 열심히 하는 선수고 정철원은 자신감이 강하고 사고가 긍정적인 선수"라고 둘을 비교했다.

정철원은 "최광호 선배는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진출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운 현역 선수이기 때문에 존경하고 있다"며 "선의의 경쟁을 하며 '우리 둘 다 잘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안게임] 메달 기대주 (26) 롤러스케이트 최광호·정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