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거짓 인식해야 할 뿐 아니라 비방 목적 있어야"
'尹대통령 명예훼손' 적용한 검찰…'비방 목적' 입증 관건
지난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 관련해 허위 보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은 14일 뉴스타파·JTBC와 기자들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를 적시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내용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보다 처벌형이 2년 무겁다.

인터넷·방송 등 정보통신망 특성상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보다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해 대선을 목전에 둔 3월4일 뉴스타파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덮어줬다'는 내용의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 씨 사이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배경에 대선 개입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한다.

봉지욱 전 JTBC 기자가 대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수사 무마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하면서 이를 부인하는 조씨 진술을 누락한 배경에 대해서도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에 이 사건을 '대선개입 여론조작'으로 규정하고 특별수사팀을 발족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적용할 수 없게 되자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방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의 성패는 이들이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비방 목적'이 필수적인 구성요건이다.

문제가 된 보도가 설령 거짓이더라도 보도한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면 유죄가 인정될 수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보도한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이들이 인식했는지를 입증하느냐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2020년 "이 규정에 따른 범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공공연하게 드러낸 사실이 거짓이고 그 사실임을 인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피고인이 드러낸 사실이 거짓인지 여부와 별개의 구성요건으로서, 드러낸 사실이 거짓이라고 해서 비방할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최근 한 프랜차이즈 업체 가맹점주가 회장의 갑질 의혹을 언론에 제보했다가 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판결은 이달 8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유튜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가 포르쉐 자동차를 탄다고 주장했던 강용석 변호사 등의 1심 재판부도 발언 내용이 허위라면서도 의혹 내용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하고,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6월 무죄를 선고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언론사나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데다, 어느 정도 사실에 기반을 두고 보도하는 만큼 처벌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며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허위사실 인식 등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런 인식과 의도가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어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언론이 허위보도를 한다고 모두 수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선 직전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허위보도를 한 정황이 확인돼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명예훼손 혐의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기소 단계에서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번 의혹을 '희대의 대선 공작'으로 규정하고 "이번 기회에 악습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처벌 의사는 명확하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나 공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 부분을 충분히 확인하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예훼손 혐의가 현재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질문에는 "(기존 수사하는 배임수·증재 사건과) 증거와 피의자가 공통되면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