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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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최근 주택 가격에 대해 "고평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부동산에 몰린 대출…성장세 저해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 배경에 대해 이유와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는 보고서로 연 4회 발간한다.

한은은 주택 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 하락세가 둔화하다가 지난 7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도 증가하면서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형성된 현재의 주택 가격 수준은 "기초 경제여건 등과 비교해볼 때 여전히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이 회복하면서 가계대출도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까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5개월간 25조원 이상 증가했다.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은은 "가계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이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화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민간 소비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한은은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 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GDP대비 가계부채비율이 80%를 넘어서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100%를 넘는 수준이다.

향후 가계부채는 단기적으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거래량 증가 영향으로 주담대 실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주담대 현황 점검과 특례보금자리론 정책 조정 등으로 항후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장 둔화·물가 불안에…금리 5연속 동결

지난 6월 보고서 발간 이후 3개월 간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증가했지만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경제지표를 본 후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집값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한은의 경고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한은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해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 안착할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봤다. 6~7월 중 2%대로 내린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3.4%로 다시 오르는 등 출렁이고 있다. 중국 단체관광객 유입, 원자재 가격 상승 파급 영향 지속,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를 더 끌어올릴 요인도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성장세는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국내경제는 민간소비가 둔화되고, 수출 부진이 나타나면서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 등도 부담이다.

물가 안정과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금리를 높이기도, 성장세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경제지표가 상충되고 있는 점이 언급됐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는 하락 추세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취약부문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경기는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본격 회복 국면에는 미치지 못하고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에 있다"고 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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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