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13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우회 수단으로 지적받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해 대출 한도를 줄였다. 서울 한 은행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금융위원회는 13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우회 수단으로 지적받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해 대출 한도를 줄였다. 서울 한 은행에서 고객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이 5개월 연속 이어진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지난 7월 본격 출시된 50년 만기 주담대는 대출 한도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총이자 부담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나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갚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3일 “은행이 느슨하게 대출을 취급했고, 빌리는 사람도 경각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 방식이 이날 바뀌면서 개별 차주가 최대한 빌릴 수 있는 주담대는 줄어들었다.

○DSR 산정 때 최장 만기 40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DSR 한도를 정할 때 최장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DSR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현재 은행은 40%를, 비은행은 50%를 넘을 수 없다. 산정 만기가 줄어들면 DSR을 계산할 때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커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근로소득과 연금 등을 통해 차주별 상환 능력이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에는 50년 만기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변동금리 대출에 대해선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해 더 엄격한 수준의 DSR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수준 가산금리를 적용해 한도를 계산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변동금리 장기대출은 높은 원금을 장기간 끌고 가는 문제가 있고, 차주들은 그 사이에 심각한 금리 변동 위험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 4.5% 변동금리 주담대에 1%포인트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면 DSR 산정 때 연 5.5%의 금리로 대출 한도가 계산된다. 소득 5000만원 차주가 연 4.5% 금리로 50년 만기 대출을 받을 때 지금은 4억원까지 빌릴 수 있지만, 1%포인트 가산금리를 적용하면 3억4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정책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의 일반형 공급도 중단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초장기 주담대와 함께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왔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을 초과하거나 주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하는 일반형 공급 대상자에 대해선 27일부터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우대형 특례보금자리론은 올해 공급 한도(39조6000억원)를 초과하더라도 공급을 지속하기로 했다.

○“차주 소득흐름 꼼꼼히 따져야”

금융당국은 각 금융회사가 집값 상승 등 외부 환경과 별개로 개별 차주의 상환 능력을 꼼꼼히 심사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주택 매각을 통해 만기 전에 상환하는 사례가 많아 DSR 강화가 불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 매각 등을 통해 중도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적절한 여신심사 관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금리가 상승하고 집값이 떨어지면 소득이나 주택 매각 중 어느 방법으로도 상환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금융위는 은행권이 장기대출 취급 시 과잉 대출, 투기 수요 등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집단대출·생활안정자금 등 가계부채 확대 위험이 높은 부문의 취급에 주의하도록 했다. 집단대출 등을 통해 50년 만기 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한 농협,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DSR 대출 규제특례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