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원평가 근본적 재설계 방침…"폐지도 열어놓고 논의"
'악플 논란' 교원평가 올해 건너뛰나…서술식 문항 폐지도 검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합법적 악플' 논란을 낳았던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가 올해 유예될 가능성이 생겼다.

교육부는 특히 그간 문제가 된 교원평가 내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보호 법안 조속 타결 요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고 "금년도에는 교원평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매년 9∼11월 시행하는 교원평가는 교사의 학습·생활지도에 대해 5점 점검표(체크리스트)와 자유 서술식 문항으로 평가하는 제도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부모가 참여한다.

모든 평가는 익명으로 이뤄진다.

교사들이 필요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연수와 연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교육부가 도입했다.

문제는 평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점을 악용해 교원평가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인신공격 게시판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자유 서술식 문항의 경우 '합법적 악플'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교사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에게 주요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문구를 써 논란이 됐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사 6천50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30.8%가 성희롱 등 직접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 논란' 교원평가 올해 건너뛰나…서술식 문항 폐지도 검토
전교조가 또 교사들로부터 제보받은 결과 '몸매가 지린다' 등 여성 교사의 외모를 언급한 글이 적지 않았고, '난쟁이 새X' 등의 표현도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은 '넌 가 스ㅁ(가슴) 없어서 XX지도 않아'라고 적으면서 입에 담기 어려운 성희롱을 하기도 했고, 다른 학생은 'XX할 때 어떻게 하는지 실제로 실습해 주세요'라며 여러 문장에 걸쳐 노골적인 성희롱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지난 6월 교원평가 자유 서술식 답변에서 필터링되는 금칙어 목록을 추가하고, 특수기호가 섞인 금칙어도 필터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다만 교육부는 당시까지만 해도 학생·학부모의 존치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 교원평가 폐지나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 여부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 교사 사망과 그 이후 교사들의 교권 추락에 대한 분노가 표출되고, 이 가운데 하나로 교원평가 폐지에 대한 불만도 분출되면서 3개월 만에 교육부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이 부총리는 "많은 교사가 관심 가진 문제이고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이 정책부터 깊이 논의해보자는 것"이라며 입장 변화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자유 서술식 문항 폐지 가능성엔 확답은 하지 않았으나 "그 부분은 확실히 개선 의지를 갖고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일단 (교원평가) 제도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서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주 교사들과 (주 1회) 대화를 시작하고, 교원평가를 (대화) 테이블 위에 놓고 (정책 방향을) 함께 의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원 평가 자체의 폐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다 오픈돼 있다"며 즉답을 피하며 "교사들과 충분히 대화하면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