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혐의 강력 부인…수낵 총리 유화적 대응에 강경파 불만
英, 中 스파이 의혹에 화들짝…안보 위협국 지정 논란 재점화
영국 의회 연구원 등이 중국 스파이 활동 의혹으로 체포된 일이 알려지면서 중국을 안보 위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케미 베디너크 영국 산업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중국을 위협이라고 부르면 긴장이 고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디너크 장관은 중국이 '이 시대의 도전'이라는 영국의 입장은 다른 동맹들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대중 강경파인 이언 던컨 스미스 의원 등은 중국을 '위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며, 스파이 의혹 인물 체포가 알려진 후 이런 목소리가 늘어났다.

영국과 중국 관계는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시절엔 돈독했으나 보리스 존슨 때는 관계가 급속 냉각했으며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중국을 '위협국'으로 지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 취임한 수낵 총리는 대중국 전략을 수정해서 표현을 완화하고 실리를 추구했다.

수낵 총리의 대중 외교 전략을 두고 내각에서도 분열이 있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 등은 새로 통과된 국가 안보법에 따라 중국을 영국의 안전과 이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더 타임스가 전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나 중국 정부와 관련된 기업의 지시에 따라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국 정부에 등록하고 활동을 공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재무부, 외무부, 산업부 등은 무역 영향 등에 관한 우려로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스파이 의혹으로 3월 체포됐던 의회 연구원은 변호인을 통한 성명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나는 중국 공산당이 도전과 위협에 관해 다른 사람들을 교육하는 일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교 학자로 알려진 30대 남성 한 명과 함께 공무상 비밀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텔레그래프지는 영국 정보당국이 중국 스파이 여러 명이 의회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으며, 국가안보법으로 이들을 체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지는 국가안보법에서는 스파이가 선거에 개입하거나 의회 민주주의 작동을 방해하는 것을 범죄로 명시했기 때문에 1911년 제정된 공무상 비밀법에 비해 입증이 쉽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와 주영 대사관은 중국 스파이 의혹은 터무니없다며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