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빼오기 과도…GA 자율협약 맺어야"
“보험회사가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를 설립한다며 뒷돈을 주고 설계사를 빼오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험산업이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선 자율협약 체결이 필수적입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에 국회 정무위원장을 지낸 김 회장은 보험 설계사 뺏기 경쟁이 치열한 GA업계에 ‘소방수’로 등장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소모적인 싸움을 멈추기 위해선 자율협약 체결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A 설계사가 전속 설계사보다 많아

보험 설계사로 이뤄진 GA는 보험회사를 대리해 고객에게 보험을 판매하는 사업자다. 한 회사의 상품만 파는 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조직과는 달리 여러 회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전속 설계사가 훨씬 많았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기준 GA 설계사는 24만5652명, 전속 설계사는 16만2775명으로 집계됐다.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에 나선 생보사가 잇따라 GA 자회사 설립에 나서면서 ‘역전 구도’가 굳어졌다. 산업의 성장 자체는 업계에서도 반길 만한 일이지만 보험사들이 고액의 스카우트비를 내걸고 설계사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최근 한 외국계 보험사는 수억원의 정착 지원금을 내걸고 설계사 수백 명을 다른 GA에서 데려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사실상 난장판으로 비화하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GA는 설계사가 기존에 보유한 가입자 인맥을 자사 고객으로 끌어오기 위해 거액의 지원금을 준다. GA 자회사를 설립한 보험사가 덩치를 단기간에 키우기 위해서다. 이런 방식으로는 GA산업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게 김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젊고 유능한 사원을 뽑아 교육시키고 조직을 가다듬는 게 아니라 뒷골목에서 뒷돈 주고 사람을 빼와 순익을 만드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며 “바꾸지 못하면 과거 보험 조직에 덧씌워진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부당 승환계약 우려

김 회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가입자에게 불리한 부당 승환계약이다. 설계사가 기존 회사에서 모집한 고객 계약을 다른 보험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설계사는 수수료를 받지만 고객 입장에선 지금까지 낸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환급받거나 보장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 김 회장은 “보험 판매시장의 가장 후진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라며 “이 돈으로 디지털 투자와 교육훈련에 집중해 회사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가 추진하는 자율협약은 과도한 설계사 영입을 자제하자는 게 골자다.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스카우트비, 보험상품 모집 수수료 등을 합친 액수가 월 납입 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대출, 대여 형태의 우회 지원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했다. 김 회장은 “자율협약은 건전한 모집 질서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상생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A는 기술력을 갖춰 가입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사는 소매 판매보다 상품 개발과 자산운용에 몰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김 회장은 제판분리의 안착을 위해 보험판매전문회사를 법제화하겠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GA에게 자격을 부여해 단순 상품 판매가 아니라 중개 역할까지 부여하는 제도다.

김 회장은 “한국 보험회사의 경쟁력은 보험상품을 하나 더 파는 데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자산운용수익률에 따르도록 해야 한다”며 “보험사가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해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에 눈높이를 두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

△1968년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2017년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2022년 여의도연구원 원장
△2023년 한국보험대리점협회 회장


최한종/강현우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