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이 이르면 다음달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 2018년 소프트뱅크 이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몸값 3.6조원' 고쿠사이일렉트릭…내달 日 상장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KKR이 올해 4분기에 고쿠사이의 도쿄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고쿠사이의 상장 시점은 다음달로 계획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쿠사이는 반도체 웨이퍼 증착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 2018년 히타치국제전기에서 분사한 뒤 KKR에 팔렸다. KKR은 고쿠사이의 기업 가치를 4000억엔(약 3조6000억원) 수준에서 상장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2018년 소프트뱅크(7조2000억엔) 상장 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게 고쿠사이 상장을 시도하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쿠사이가 보유한 기술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전략에 중요해지면서 고쿠사이 몸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증시의 활황도 상장을 추진하는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올 들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7.4%가량 상승했다. 지난 7월 33,700선을 넘어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음달까지 20개 기업이 도쿄증시에 잇따라 상장할 예정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미·중 긴장과 관련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작년에 IPO 계획을 미룬 기업들이 올해 대거 상장 신청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가장 큰 규모의 IPO는 4월 라쿠텐은행(6억2500만달러 조달)이다.

KKR은 이번 상장을 통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할 전망이다. KKR은 2019년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고쿠사이를 35억달러에 매각하려고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거래는 중국 규제당국의 승인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2021년 최종 무산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