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왜 가요" 직장인 반란에…전세계 부동산 가치 '1700조원' 증발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됨에 따라 전세계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최대 1조3000억달러(1700조원) 줄어든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맥킨지 국제연구소는 지난 7월 '팬데믹이 부동산에 미치는 지속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30년 뉴욕, 런던, 파리, 베이징, 도쿄 등 9개 대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26~42%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감소 폭은 기준금리 추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율 등 시나리오에 따라 달랐다.

맥킨지는 초거대 도시의 부동산 수요가 △줄어드는 사무실 출근 △늘어나는 도시 교외 이주 △사무실 밀집 지역 쇼핑 감소 등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로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도시별로는 오피스 수요가 20% 감소하는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뉴욕(-16%)과 뮌헨(-16%), 상하이(-14%), 파리(-13%)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휴스턴(2%)과 베이징(2%)에서는 사무실 수요가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도시에 자리잡은 기업 종류가 사무실 수요를 좌우했다. 재택근무가 용이한 정보통신(IT), 금융업계가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은 재택근무로 인한 타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 맥킨지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IT업계는 주 3.2일, 금융업계는 3.4일 사무실에서 근무해 제조·유통·건설·운송업 등에 비해 재택근무 비율이 높았다.

권역별로 다른 근무 문화도 재택근무 여부에 영향을 줬다. 인세아드 경영대학원의 마크 모텐슨, 헨릭 브레스만 교수는 유럽과 아시아인이 동료와의 사회적 관계를 고려해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인은 원격 근무의 높은 생산성에 점수를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원격 근무를 할 때 생산성이 최적 수준'이라고 응답한 미국인 비율은 다른 국가의 2배에 달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996' 문화가 정착된 중국같은 특수 사례도 있었다.

일과 삶, 여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도시 환경도 재택근무 비율에 영향을 준 요소 중 하나다. 유럽 도시들이 환경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데스피나 카시카키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업무공간 연구 책임자는 "유럽 사무실들은 구역법에 의해 더 많은 규제를 받고 있어 미국에 비해 활기찬 커뮤니티와 더 잘 연결돼있다"고 설명했다.

재택근무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곳이 있는 반면, 늘어나는 '디지털 유목민(노마드)'을 적극 받아들이는 도시도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이 대표적이다. 리스본은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 집값이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0월 월 3040유로(약 435만원)를 벌면 신청할 수 있는 '디지털 유목민 비자' 제도를 신설해 반년 간 외국인 930명에게 내줬다.

다만 집값 인상 등 부작용을 겪으며 유럽 국가들도 비자 발급에 소극적으로 바뀌자, 대안으로 아시아가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유목민 커뮤니티인 노마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가장 인기 있는 원격근무지로 말레이시아 페낭과 쿠알라룸푸르, 서울, 베트남 다낭,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필리핀 마닐라 등이 꼽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