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악성 민원 시달려…교권보호위원회 요청했지만 묵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당시 근무했던 학교 교장 앞으로 근조화환이 쇄도하고 있다.

10일 오전 대전 서구 모 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항의의 뜻을 담은 근조화환 40여개가 늘어서 있었다.

'교권보호위원회 안 열어준 무책임한 교장', '교사 죽음 방관한 교장', '이기적인 보신주의 관리자는 물러가라', '교사 인권을 짓밟은 관리자'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관리자는 학부모만 관리하느냐',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의 권리다', '동료 교사' 등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미뤄 대부분 교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교사 A씨가 직접 지난 7월 초등교사노조의 교권 침해 사례 모집에 작성해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학년 담임을 맡았을 당시 친구 배를 발로 차거나 뺨을 때리는 B 학생의 행동이 이어지자 교장 선생님에게 지도를 부탁했다.

그러자 다음날 B 학생 학부모가 교무실로 찾아와 사과를 요구했는데, 당시 교장과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적혀 있었다.

A씨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달라고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기록돼 있다.

A씨 남편은 연합뉴스에 "학교에서는 어떤 지원도 없이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좋았을 걸 왜 일을 키웠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아내의 잘못인 것처럼 방관했다"며 "억울함을 풀기 위해 아내랑 둘이 변호사를 수소문해 상담받고 알아서 법적 대응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탄원서 덕분에 억울함을 풀 수 있었지만, 무혐의로 결론 나기까지 10개월 동안을 혼자서 기나긴 싸움을 해야 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8일 교육청 차원에서 조사반을 꾸렸고 아동학대 무혐의 사건 관련, 경찰 수사 상황을 통보받고 진행 과정을 확인했다"며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장을 상대로 교권보호위원회가 왜 열리지 않았는지 등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5일 오후께 대전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대전 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그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