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대놓고 반대해온 前총리 진영 우세…"유럽 분열 시험대"
'우크라 절친' 슬로바키아 러시아편 되나…총선서 정권교체 불씨
슬로바키아 총선을 앞두고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을 대놓고 반대해온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 진영이 우세한 것으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우크라이나 우방이었던 슬로바키아가 러시아 쪽으로 돌아서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 단결이 시험대에 오를 수도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피초 전 총리가 이끄는 스메르(SMER)당이 선두를 차지하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알려진 그는 그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을 비난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때리기를 선거판 승부수로 삼아왔다.

야로슬라우 나트 전 슬로바키아 국방부 장관은 스메르당을 러시아의 '트로이 목마'라고 규정하며 익명의 슬로바키아인이 러시아를 찾아 스메르당에 대한 후원금을 받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NYT는 만약 스메르당이 의회를 장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가장 충실한 지원자 중 하나인 슬로바키아가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립적 방관자로 변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토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헝가리에 동조할 또 다른 회원국이 등장할 수도 있는 셈이다.

'우크라 절친' 슬로바키아 러시아편 되나…총선서 정권교체 불씨
슬로바키아 정치권 일각에서는 러시아 선전선동으로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스메르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라스티슬라우 카체르 전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는 기뻐하고 있다"며 "우리 나라를 유럽 분열을 일으킬 쐐기로 이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꼬집었다.

친서방 정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뿌리 깊은 친러 정서가 더해지며 러시아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슬로바키아 기반의 싱크탱크 글롭섹(Globsec)의 3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슬로바키아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 불과했다.

폴란드인 중에서는 85%, 체코인 71%로 나타난 것과 대비된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여론이 악화한 배경에는 슬로바키아 내부의 러시아 조력자들의 역할이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슬로바키아의 대표적인 반미 매체 흘라브네 스프라비, 크렘린궁 후원 갱단과 연계된 바이커그룹 브라트 자 브라타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훌라브네 스프라비의 한 기자는 올해 러시아 군부로부터 돈을 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간첩 혐의로 추방되기도 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친러 인사로 꼽히는 스메르당의 부대표 루보스 블라하는 친우크라 행정부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르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러시아 제국에 대한 미 제국의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고 지칭했다.

앞서 슬로바키아 의회는 작년 12월 내각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고 에두아르드 헤게르 총리가 이끄는 4개 정당 연정을 실각시켰다.

이후 총선까지 구성된 과도정부를 이끌던 헤게르 총리는 지난 5월 사임했다.

/연합뉴스